죽게 내버려두는 ‘생명권력’
미셸 푸코는 감옥, 군대, 병원, 학교를 근대의 상징 공간으로 봤다. 감옥은 이들 공간의 특징이 응축된 정점이다. 중세의 형벌이 주로 공개 처형 같은 신체형이었다면 근대의 형벌은 형기를 채우게 하는 구속형이다. ‘교도소’라는 이름에도 나타나듯, 구속형의 명분과 목적은 규율의 내면화에 있다. 감옥, 군대, 병원, 학교는 하나같이 규율을 가르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병원이 유독 튄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소년체전 구호를 보자. 개인의 건강한 신체는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의 것이기도 하다. 근대 ‘규율권력’에 ‘신체건강’과 ‘품행방정’은 실과 바늘 같은 노동자 규범이며, 의료 행위는 그런 노동자를 공급하기 위한 조처의 일부다. 그럼에도 끝내 규범에..
이건희 회장의 슬기로운 신문 생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을 기리는 대다수 신문의 영웅서사는 길고 곡진했으나, 또한 천편일률로 밋밋하고 납작했다. 고인 생전에 매서운 글맛 한번 보여준 적 없는 터에 사후라고 뭘 더 기대할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딱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들의 일편단심과 달리, 생전의 ‘임’은 이들의 서열을 살뜰히도 챙긴 듯하여. 중앙, 조선, 동아, 한국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 한국, 서울, 국민, 한겨레, 경향…. 이 회장에게 아침마다 오른 조간 스크랩의 순서다. 중앙이야 자기 신문이라 여겨 앞세웠을 테고 한겨레와 경향은 멀리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었겠으나, 경제지의 순서를 정한 기준은 짐작하기 어렵다. 스크랩을 만들어 올린 곳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커뮤니케이션팀이었다. 그러나 세계 아이티(IT) 산업을 선도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