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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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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과 ‘욕쟁이 할머니’ 사이 [안영춘의 미디어너머] OBS 경인TV 기자 2007년 12월 03일 (월) 07:30:08 난 리히텐슈타인의 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시감(데자뷰)이 드는 건 그나마 신문이나 잡지 속 사진으로 그 그림을 몇 번 스쳐봐서일 것이다. 아니면 그 화가가 예술적 모티프로 삼았다는 ‘진짜’ 만화의 잔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렁그렁 눈물 맺힌 그림 속 여성은 어려서 봤던 만화영화 속 원더우먼을 빼닮았다. 어쨌든 그림에다 작품이름, 화가이름까지 조합할 수 있게 됐으니, 평소 미술과 담쌓고 사는 나로선 누군가에게 깊이 감사할 일이다. 작품 한 점 값이 만화책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임을 안 것이 더 큰 수확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 시작된 어느 금융그룹의 TV 광고에는 “돈 버는 것이 최고의..
연서(戀書) ; 신학림 기자 전(前) 2007년 11월 19일 (월) 07:54:54 신학림 ‘기자’라고 대뜸 부르려니 한 번은 목에 걸립니다. 신 기자께서야 그리 여기시지 않겠지만, 나이와 경력의 위계가 아직 삼엄한 한국 언론계 풍토에서는 호칭 하나로도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할 일이 더러 생깁니다. 그런데 신 기자를 신 기자라고 부르고 나니 새삼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자를 기자라고 부르기 어려운 건 홍길동이 호부호형 할 수 없는 것보다 더 이상하지 않은가? 제가 신 기자께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입니다. 굳이 ‘연서’라고 이름붙인 건 신 기자께서 제게 해맑은 마음을 ‘전염’시켰기 때문입니다. 해맑은 마음이란 어떤 걸까요? 살면서 몇 번이나 경험해보셨습니까? 저는 연애 감정이 먼저 떠오르는군요. 그 감정은 불같이 뜨거우면서도 ..
객관주의의 ‘쌩까기’ 기술 [안영춘의 미디어너머] OBS 경인TV 기자 2007년 11월 05일 (월) 09:36:40 며칠 전 다리가 부러졌다. 세상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당대의 건축공학과 산업디자인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댄(아직 한쪽 다리는 멀쩡한) 성인에게 적대적인, 적어도 무자비한 학문이었다. 세상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용변 보는 것조차. 세렝게티의 포식자들이 네 다리 가운데 하나만 부러져도 굶어죽는다더니, 내가 사는 이곳이 곧 정글이었다. 가끔 장애인 관련 기사를 써왔던 경험은 내게 ‘의식’으로서 아무 의미도 없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테제만이 더없이 적확했다. 내가 장애인이었다면 내가 쓴 기사도 달라졌을까? 얼치기 한시 장애인이 되고 나서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이었다. 뜻없이 ..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은 울리나 [안영춘의 미디어너머] OBS 경인TV 기자 2007년 10월 21일 (일) ‘자유’는 경합한다. 우리(특히 정치인들이나 경영자들)는 그 대상을 흔히 ‘평등’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자유는 정작 자유 자신과 경합한다. 내 자유와 타자의 자유가 만나는 곳에서 자유의 경계는 그어진다. 그 경계를 넘어설 때 내 자유는 타자에게 억압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폭력이 되기도 한다. 때릴 자유, 스토킹할 자유, 약탈할 자유가 형용모순인 까닭은 자유의 이런 경합적 속성에서 비롯된다. 따지고 보면 평등-불평등이라는 것도 ‘축적의 자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합의 양태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론의 자유라고 다를 리 없다. 누구에겐 언론자유가 다른 누구에겐 언론탄압이 될 수도 있다. 해마다 ‘국경없는 기자회’와..
연애질인가, 권력질인가? [안영춘의 미디어너머] OBS 경인TV 기자 2007년 10월 08일 (월) 10:13:09 변양균-신정아씨가 ‘가까운 사이’라는 청와대의 ‘점잖은’ 발표를 새벽 뉴스를 통해 듣던 순간, 숙취 속에서 퍼뜩 스친 생각은 이랬다. ‘연애질만 하지 웬 권력질?’ 입안이 까끌해 자리끼를 더듬어 들이켰다. 출근 뒤 어느 대선 예비후보 캠프 사람과 통화를 했다. 추측대로 그곳 사람들 아침 화제 역시 같았다. 그렇다면 결론도? 아니었다. ‘권력질만 하지 웬 연애질이냐’였다고 했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숙취가 확 깼다. 요소는 같고 구성만 뒤집히면 양쪽은 닮은꼴인가? 거울 속을 처음 들여다보는 원숭이 기분이 들었다. 연애질과 권력질, 그 불행한 만남 연애질과 권력질의 만남은 개인에게는 (결과적으로) 불행하고, 사회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