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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0 개돼지의 사드론

개돼지의 사드론

발표글 2016.08.10 11:47 Posted by 지독한 정상

외계인의 반대말은 지구인인가. 할리우드식으로 풀면 정답은 미국 대통령이다. 영화 속 외계인들은 일반 지구인은커녕 다른 국가 지도자들도 다 제치고 미국 대통령하고만 화상대화를 한다. 대화는 미국식 영어로 이루어진다. 외부의 반대말은 내부다. 그러나 복합명사가 되는 순간 사정은 복잡해진다. 가령, 외부 세력의 반대말은 내부 세력이 아니다. 외부 세력은 성립하지만, 내부 세력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물질인 ‘외부’는 ‘세력’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불순물’로 침전하는 반면, ‘내부’는 ‘세력’과 결합할 수 없을뿐더러 ‘외부+세력’이 오염되는 것에 반비례해 ‘순수 물질’로 정화된다.


지난 6일 오후 성주군청 일대를 가득 채운 현수막의 일부.

이것은 지금 경북 성주를 둘러싸고 작동하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관한 담론 방정식이다. 얼핏 행정구역이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처럼 보이지만, 성주군민이냐 아니냐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주군민이라 해도 ‘세력화’되는 순간 내부의 자격을 상실한다. 내부는 자연적으로 세력화할 수 없고, 외부 세력에 강제로 침식당해 순수성을 잃고 타락할 때라야 비로소 세력화한다. 그리고 그땐 이미 내부가 아닌 외부인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자생적인 내부 세력은 있을 수 없다. 내부라는 공동체는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철저히 수동적이면서 탈정치적인 이미지로 재현된다.


그래서 사드 반대 투쟁에서 외부 세력은 처음부터 고정상수다. 성주군민들 스스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부 세력이 개입했느냐 안 했느냐는, 팩트(사실) 차원에서 따질 필요도 없다. ‘누가 외부 세력인가’라는 색출의 과정만 남는다. “(성주 출신이라 해도) 성주에 주민등록을 두지 않은 사람은 외부 세력”이라는 경찰청장의 새된 규정은, 속지주의로 저 고차방정식을 풀려다 꼬여버린 가엾은 소극이다. 그는 사드에 반대하면 누구라도 외부 세력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 집회 현장에서 목격된 몇몇 진보정당 사람들의 주소지가 어딘지는 논외다. 진보면 곧 외부 세력이다.


외부의 필요조건은 내부이고, 충분조건은 외부를 규정할 수 있는 내부의 힘(권력)이다. 당연히 성주군민들은 그럴 만한 권력이 없다. (아무나 외계인과 화상대화를 할 수는 없다.)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하거나 거기에 동조한 자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위시한 정치권력과 군산복합체, 한국 대통령을 위시한 중앙의 정치권력과 언론들이다. 지구방위사령부급인 저들은 성주군민들 눈에 내부가 아니지만, 외부 세력을 규정할 수 있는 저들이야말로 진짜 내부다. 저들에게 사드 배치지역이 성주인 건 우연일 뿐, 다른 어디여도 무방하다. 저들의 외부는 어디라도 성주다.


저들이 다른 누군가를 “내부”라 부르는 립서비스의 역사는 유구하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 ‘내선일체’를 강요했다. ‘내’는 일본 자신이고, ‘선’은 식민지 조선이지만, 둘은 하나이므로 조선도 ‘내’라는 담론 구조였다. 식민화된 내부의 현실에 저항하면 ‘불령선인’으로 낙인찍어 한줌의 존엄조차 박탈했다. 내선일체는 오늘 ‘외부 세력론’으로 고스란히 전승되었다. 사드 배치에 순응하면 내부 식민지로 남고, 저항하면 제거해야 할 외부 세력이 된다.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의 뿌리가 친일인 건 우연이 아니다. 저들은 한순간도 외부인 적이 없고, 저들을 뺀 모두는 변함없이 식민지 원주민이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폭로’가 충격적인 이유는 “민중은 개돼지”라는 표현 자체에 있지 않다. 우리가 믿어온 내/외부의 경계가 실은 대한민국 헌법을 비롯한 온갖 가상의 무대 위에서 연출된 상상의 경계였고, 저들은 헌법 따위와 상관없이 진짜 ‘내부자’의 순결성을 굳게 숭배하면서, 밀실 안에서 접대부를 낀 채 발가벗고 술을 마시며 국제정세를 논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것이다. 사드는 저들의 밀실과 개돼지의 우리 사이에 배치되는 기도(문지기)이고, 상주군민을 비롯한 외부 세력의 절규는 저들에게 “멍멍” “꿀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이토록 공들여 짖어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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