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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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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브러더스’ 인수 하라더니 [미디어 바로보기] 에 이번 호부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짧은 글쓰기를 하려니 쉽지가 않네요. 그나마 정기적으로 글쓰기 의무가 부과되니, 꼬박꼬박 쓰지 않을 재간이 없게 됐습니다. 이렇게라도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나쁘지는 않겠죠^^ 신문이나 방송이 세상 요지경 속을 속속들이 다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수용자(독자/시청자)들이 진짜 알아야 할 건 언론이 쳐놓은 장막 뒤에 숨어있을 때가 많다. 연예인 추문을 들추더라도 사적 부분만 낭자할 뿐, 정작 추문을 둘러싼 정치경제학적 배후, 권력구조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언론에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지금 한국 언론의 최대 이슈는 단연 ‘미국발 금융위기’다. 그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긴 ..
PD수첩은 ‘언어 전쟁’이다 제 블로그에 들어와 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군요. 공과 사의 균형이 무너지고,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입니다. 무엇보다 글 쓸 시간이, 그럴 만한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겨를이 없습니다. 얼마 전 한 영화잡지에 발표했던 글을 올립니다. 제가 지은 집에 스스로 찾아올 기회가 많아지길, 그리하여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되찾기를 바라고, 벼릅니다. 휴~ PD수첩은 ‘언어 전쟁’이다 15년 동안 이름 석 자 뒤에 ‘기자’라는 호칭을 달고 살면서, 난 언론인이 1인분의 용량을 넘어서는 직업인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를 포함해 적지 않은 언론인들이 자신의 능력과 인격의 용량보다 큰 ‘사역’을 감당하고 산다. 비슷한 부류의 직업인으로 종교인, 교육자 등을 꼽을 만한데, 지식노동을 한다는 것 말고도 이들에겐 ..
방송 장악 고지 앞, 네티즌 밟고 진격? ‘비즈니스 프렌들리화’ 정책만으로도 방송 장악 가능한 정부 결국엔 네티즌과 맞닥뜨릴 것 제721호(2008. 8. 5) 특집기사 안영춘 기자 언론인 가운데 2008년 최고의 대박 스타는 정연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다. 한때 사내 노조와 맞서는 것도 벅차 보였던 그가, 지금은 개인 본위의 ‘은퇴’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상품성을 띠게 되었다. 프로그램 가운데는 단연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이 첫손 꼽힌다. 드리블 한두 번에 검사 5명이 전담 수비수로 달라붙을 만큼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저 낙하산 불시착 하나 막으려 했을 뿐인데, 와이티엔(YTN)은, 영국 시인 바이런처럼,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팬들은 와이티엔의 무명 시절을 기억하지 않는다. 낙하산 못 내렸다..
“아빠, 왜 기자가 됐어?” “아빠, 왜 기자가 됐어?” 안영춘/한겨레 생활과학부 기자 지난 일요일 밤, 산행을 다녀온 고단한 몸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월요일 아침 출고해야 할 기사가 남아 있었다. 옆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던 어린 딸이 불쑥 묻는다. “아빠, 왜 기자가 됐어?” 아이와 별반 차이가 안나는 내 눈높이 덕에, 질문의 맥락은 금세 잡힌다. 툭 하면 노트북 앞에서 밤을 새는 아비가 측은해 ‘왜 하필이면’이라는 말줄임표와 함께 물은 것이리라. “응. 아빠가 기자가 된 건 진실을 밝혀내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란다.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이런, 내가 또 무슨 짓을 했지. 아이는 다행히 고개만 갸웃할 뿐, 더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거짓대답’은 요즘 내가 겪고 있는 기자..
지율스님 “생명의 화두는 결코 놓을 수는 없다” [인터뷰] 79일째 단식 지율 스님…절망을 딛고 ‘초록의 공명’을 울린다 2005-01-13 새해 들어 몇몇 언론들은 “지율 스님이 ‘신변정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부와 연락도 아주 끊었다고 전했다. 80일 가까운 단식이라는 물리적 현실은 홑따옴표까지 붙은 ‘신변정리’의 기호에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읽어내게 했다. 그의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물어도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스님은 이 무심하고 야박한 세상에 마지막으로 무거운 부채의식을 안기고 그렇게 떠나려는 걸까.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는 조급함말고 달리 작정은 없었다. ‘천성산’ 홈페이지에 스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꼭 뵙고 싶노라고. 두어 시간 뒤 스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찾아와도 좋다고 했다. 그의 선선한..
방송대학보 ‘언리미티드’를 제안함 * 방송대학보 지령 1500호 특별기고문입니다. 방송대 출신은 아니지만, 방송대학보사와는 적잖은 인연이 있어서, 청탁을 받게 되었지요. 주례사 글의 전형입니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만 15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일간지, 시사주간지, 지상파, 인터넷까지 모두 네 종류의 매체를, 많게는 두 번씩도 거쳤다. 한 직업 안에서의 일대기치고는 사뭇 부잡스럽기까지 하지만, 여러 매체를 주유하는 과정에서 전통 매체 한 곳에서만 일한 기자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진 게 덤이라면 덤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지난 한 달 사이 한국사회는 캠코더와 노트북으로 상징되는 1인 미디어 시대로 ‘진화’했다. 전달수단의 변화가 소통방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뉴스의 개념과 가치까지..
진달래와 배아줄기세포의 관계 황우석 교수 연구실로 가는 계단과 복도 바닥을 따라 깔린 진달래 꽃길은 디엔에이 분자구조처럼 가지런했다. 가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갈 사람은, 바로 그 연구실의 주인일 터이다. 그 꽃을 늘어놓은 이들은 자신의 심정처럼 시인 김소월의 심정도 그러했으리라 믿었을지 모르겠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김소월 시가 누구에게 바치는 애가인지 알지 못한다. 국어 교과서 싯구 아래 빨간 펜으로 밑줄 긋고 ‘조국’ ‘민족’이라고 썼던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그건 학력고사용 해석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 해석은 적어도 객관식은 아니다. 시를 현실의 무대 위에 퍼포먼스로 재현한 ‘아이 러브 황우석’ 회원들의 해석이 사지선다의 특정 번호에 가지런이 몰려 있지 않기를, 우리 문학교육의 실패가 그 정도로..
파시즘의 망령이 배회한다 [안영춘의 미디어너머] OBS 경인TV 기자 2007년 12월 17일 (월) 07:11:00 히틀러의 콧수염, 나치 문양, 스킨헤드족…. 파시즘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들이다. 하나같이 민주주의의 억압과 파괴를 환유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파시즘이 정작 민주주의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등장하는 맥락까지 잡아내지는 못한다. 히틀러는 박정희, 전두환과 과(科)가 다르다. 제3제국은 총구 끝이 아닌 국민의 투표용지 위에 세워졌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나는 지금 파시즘이라는 이름의 망령이 한국사회를 배회하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다. 대선 결과보다는 대선 이후가 벌써 두렵고, 대선 과정은 이미 불길했다. 20세기 초반 독일의 ‘풍경’과 지금 한국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