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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긁다 떠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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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에 대한 내 거친 생각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설문지를 보내왔는데, 깜빡 하고 있다가 10여 일 만에 답장을 보냈습니다. 문화 연구자인 이기형 선생님과 이영주 선생님이 연구를 맡으셨네요. 아무튼 지금까지의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 를 어떻게 혹은 어떤 계기로 청취하게 되셨습니까? 그리고 어떤 연유로 계속 듣게 되셨거나 관심을 가지시게 되셨습니까? 나꼼수를 직접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나꼼수에 관한 여러 글들을 읽었을 뿐입니다. 2) 가 대중적인 관심과 열기를 얻게 된 주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각 새로운 소재/문법이 새로운 전달수단과 절묘하게 조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재와 문법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술자리 같은 비공식 담론장에서 일회적으로 소비되던 소재와 문법(이른바 정치 뒷담화)이 팟캐스트라는..
방통위와 황구(黃狗)의 닮은점 '청와대→교과부→동의대→방통위→청와대'…똥의 연쇄 지난주 토요일엔 장대비가 오시더니, 이번 주말(19일)에도 새벽부터 빗줄기가 쏟아지고 계십니다. '하늘과 땅 사이 가득한 물줄기.' 제가 4년 전 시원의 감동을 주는 여름비에 시각적으로 붙여본 표현입니다. 그런데 오늘 비는 제게 미식의 기회를 포기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후에 늙은 기자 신학림이 일구시는 주말농장 텃밭에서 미디어스 식구들과 맛있는 단고기 잔치가 예약돼 있었는데, 비 때문에 취소됐거든요. 내일이 초복이더군요. 튀김닭이라도 한 마리 배달시켜 먹어야겠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식용으로 즐기는 개는 황구(黃狗)지요. 이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면 '누렁이'지만, 그 표현에는 한국사람과 황구 사이의 유구하고도 각별한 인연이 온전히 담기지 않습..
빗소리를 들으며, 모든 지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글 숙제가 쌓여 있어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와 앉아 있습니다. 어느덧 저녁으로 접어드는데, 숙제는 좀체 줄어들지 않는군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빗소리 듣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런 날 포장마차나, 처마 끝에 덧댄 함석지붕 아래서 술을 마시는 게 저같은 우수마발에게는 홍복이겠으나 사무실을 나설 수 없는 제 처지만큼 창 너머 풍경이 멀어지는군요. 저 빗줄기에 떨어지는 운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 이 계절을 능소화의 계절로 기억합니다. 능소화는 지기 전에 시들지 않는 꽃입니다. 질 때는 낱낱의 잎으로 지지 않고, 통으로, 온몸으로 집니다. 세상에 능소화가 있으니 그런 사랑도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죽을 때까지 시들지 않는 사랑, 죽음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 그 사랑을 이어가는 사랑..
KBS 앞 폭력과 학살의 기억 해질 무렵 들려온 소식 어제(6월23일) 해질 무렵 사무실에서 머리털 비틀어가며 글을 쓰고 있는데, 한 기자가 대뜸 이런 말을 하더군요. “다음 아고라에 방금 떴는데, KBS 앞에서 1인시위하는 여성이 집단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갔대요.” 가해자는 이른바 ‘보수단체’(단체 이름을 몰라 이번에도 하는 수 없이 이 제도권 표현을 쓰지만, 그럴 때마다 목에 탁탁 걸립니다) 회원들이라고 하더군요. 마침 ‘언론 자유와 집회 자유의 관계’에 대해 두 번째 글을 쓰고 있던 터여서인지 다른 때보다 훨씬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할일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저녁 반주로 소주 한 잔 걸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술은 마시는 순간 두뇌와 가슴 사이 연결통로를 확장시킨다는 게 제 오랜 음주 이력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덕분에 이성..
방송사 앞의 정반대 두 목소리 지금 서울 여의도 두 방송사 앞은 연일 집회로 북적댑니다. (너무나 조용한 또 하나의 방송사 구성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소외를 극복하고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듯합니다^^)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 굳이 '북적댄다'고 표현해 봤습니다. 여론을 모으고 전파하는 방송사 앞에 여론의 오프라인 경합장이 서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해섭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들 방송사 앞에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집회가 맞붙고 있습니다. 언론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자연스럽다 치더라도, 정반대의 목소리(특히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을 잡아먹을 듯하고 있죠)가 대치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일 겁니다. '동시에 떴다'기보다는 한쪽이 하는 걸 보고 다른 쪽이 맞불을 놓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