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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기자 촌지

전봉민 국회의원(부산 수영구)과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 부자에 관한 의혹은 부산 지역 건설업체 사주 일가가 1조원 가까운 분양 수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이나 관료 사회와 불법·탈법으로 어떻게 얽혔느냐가 핵심이다. 그러나 <문화방송>(MBC)의 <스트레이트> 보도(12월20일)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전 회장이 기자에게 3천만원의 ‘촌지’를 제안하는 대목이다. 당사자의 육성이 생생히 살아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기자 촌지에 관한 직접적인 보도가 그동안 워낙 희소했던 탓도 컸을 터이다.

 

기자 촌지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언론에 그 실상이 ‘팩트’로 보도된 건 <한겨레> 1991년 11월1일치 ‘보사부 기자단 거액 촌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처음이었다. 그해 추석을 전후해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기자단이 재벌 소속 재단들과 제약·제과·화장품 업계, 약사회 등한테서 모두 8850만원을 거둬 기자단 21명 가운데 2명을 뺀 19명이 나눠 썼다는 내용이었다. 1인당 465만원꼴인데, 그때 서울 시내버스 토큰 값이 170원이었으니 지금 물가로 치면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당시 한겨레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촌지 총액 등을 두고 기자단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서였다. 한겨레 보도로 각 언론이 사과문을 내고 해당 기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징계받은 기자들은 나름 억울할 수 있었겠다. 1980년대엔 서울시장이 출입기자들을 대동하고 강남 벌판에 가서 “좋은 땅”이라고 한마디 하면 개발계획이 발표돼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실화’가 전해온다.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청탁 칼럼’ 사건은 아직 재판 중이다. 2016년 제정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언론인이 포함된 건 장구한 촌지사(史)에 의한 자업자득이다.

 

전광수 회장의 촌지 제안은 근래 드물게 노골적이었다. 기대효과가 3천만원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의 시도가 미수에 그침으로써 지역사회의 부패 카르텔이 공공성의 얼굴을 한 채 자기 증식을 이어가기가 수월찮게 됐지만, 그깟 돈으로 기자를 부패 카르텔의 하위 파트너로 거느릴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 건 대체 누구인가.

※ <한겨레> ‘유레카’에 실은 글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6175.html

 

[유레카] 기자 촌지 / 안영춘

전봉민 국회의원(부산 수영구)과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 부자에 관한 의혹은 부산 지역 건설업체 사주 일가가 1조원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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