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가 된 글

(120)
촛불 1년, 위험사회서 별일 없이 살기 [촛불 1년 특집] 프롤로그 의 입소문이 하도 자자하기에 나도 한 번 들어봤다. 관객 천만이 넘는 영화는 부러 피해가고, 그래서 독립영화계의 블록버스터라는 도 언제 볼지 기약할 수 없지만, 장기하의 노래는 돈 한푼 안 들이고 인터넷 검색으로 단 몇분이면 들어볼 수 있으니, 무슨 결벽증이 아니고서야 안 들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결심한 게 앨범 발매 근 두 달 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듣는 것도 저작권 침해인가? 별일 없겠지?) 들어보니 귀는 그다지 즐겁지 않고, 다만 키치적 가사가 재미있었다. 이걸 송창식이 불렀던 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봐도 되나 모르겠다. 둘다 반어적 가사이긴 한데, 송창식은 절규하는 듯하면서도 하회탈 같은 눈웃음을 치고, 장기하는 무표정에 하품하듯 읊조리다 버럭 소리를 지르는 정..
앵커와 예능프로 진행자의 다른점 ‘사실’ 너머 ‘실체적 진실’ 내비쳐야 ‘땡전뉴스’로 복귀 않을 것 앵커와 아나운서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웬만해선 대놓고 하지 않는, 그렇다고 웬만해선 딱 부러지게 답을 알고 있지도 않은 질문이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하자면, 앵커는 ‘업무’이고 아나운서는 ‘직종’이다. 앵커는 기자가 하기도 하고 아나운서가 하기도 한다. 개국 초 SBS는 영화배우가 하기도 했다. 아나운서는 방송사의 채용직종, 즉 기자, 피디, 기술, 행정 같은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다. 그러니까 앵커와 아나운서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교사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앵커는 뉴스 진행자다.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하는 부분은 ‘진행’이다. 정해진 뉴스 꼭지를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건 ‘진행’이라..
조선일보판 '벌거벗은 임금님', 장자연 리스트 '○○일보 ○사장'을 돌파하는 김대중 고문의 전술 얼마 전 피맛골 어느 술집에서 인권변호사인 정정훈 변호사와 저녁도 거른 채 파전 한 장 앞에 놓고 소주를 마셨다. 몇 번 소줏잔을 부딪치고 나자 대화 주제가 장자연 리스트의 ‘○○일보 ○ 사장’으로 넘어갔다. 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발언 부분에 대해서는 ‘○○일보 ○ 사장’으로 보도했고, 조선일보사가 이종걸 의원에게 공문을 보낸 행위 등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사’ 이름을 적시했었다. 앞서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피의자의 이름은 ‘강○○’이란 표기를 끝까지 지켰다. (▷유영철 사건 비사로 돌아본 ‘얼굴공개’) 정 변호사는 미디어스의 ‘일관성’을 높이 샀으나 나는 고민이 깊었다. 강○○ 보도 때는 ‘잘난 체한다’고 욕을 먹었는데 이번엔 ‘비겁하다’고 욕을 먹고..
김미화는 MBC의 미래다 그녀를 하차시킨다면 게도 구럭도 모두 잃게 될 것 김미화씨가 MBC 라디오 (이하 김미화의…)에서 하차할 거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대표이사 추인만 남은 단계라고 한다. PD들의 반발이 거세다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니, 달리 구구한 이유를 들어볼 것도 없다. PD들의 반발 행태 자체가 김미화씨를 교체하면 안 되는 이유를 곧바로 지시하고 있다. 개그우먼 라디오 진행자 한 사람의 교체 문제를 놓고 대형 방송사 PD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는 사태를 그녀의 ‘독보적 가치’ 말고 도대체 뭘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그녀의 자화자찬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보다 더 명징하게 입증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은 MBC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가운데 공헌 이익률 3..
노 전 대통령 “박연차 회장에게 돈 받았다” 정상문 전 비서관 수사 관련… “조카사위가 받은 돈은 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시인해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성격상 ‘투자’라며 자신과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7일 오후 3시 28분경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렇게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지금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며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더 ..
정선희, 돌아와 미디어 앞에 선 누이 한 연예인과 사회가 ‘고통’을 매개로 만날 때 춘래불사춘, 봄은 봄이되 또한 봄이 아니다. 따뜻해지지 않는 날씨만큼이나 요새 방송가의 풍경이 딱 그러하다. 광고는 곤두박질이고 언론 환경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주 혹은 이번 주부터 방송사들이 봄옷을 갈아입었다. 예년에 비해 특별한 건 많지 않다. 비용 절감이 강조되었지만, 딱히 그게 어떻게 편성에 방영됐는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장수 프로그램들에게 내려진 철퇴가 비감할 뿐이다. TV의 개편은 트렌드의 계기이고, 물갈이의 방편이고, 포맷의 모험이(어야 한)다. 주기적 시간표에 따라 프로그램의 드나듦을 결정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 이번 개편에선 그런 뚜렷한 족적을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다. 확장시킬 의미를 찾기..
'YTN'이라는 투쟁의 이름에게 야만에 맞섰다면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259일이면 날짜만으로도 경외롭다. 언론사(史)에서 견줘 앞설 만한 건 2001년 CBS 투쟁과 2004~2007년 희망조합(OBS) 투쟁 정도뿐이다. YTN 투쟁은 그 자체로 역사다. 대통령 특보가 사장으로 와서는 안 된다는 소박한 상식에서 출발했다. 이렇게 길고 험한 싸움이 될 줄 알았다면 쉽게 시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다 다시 무거워지고 거듭 무거워진 다음 차츰 가벼워지는 걸 보며 계절의 변화보다 거친 시간의 흐름을 먼저 느꼈다. 그 시간에 쓸려 우는 모습도 많이 봤다. 따라 울진 못했지만, 그들의 기발하고 발랄한 투쟁전략과 전술은 드물게 나를 웃을 수 있게 했다. 고맙다. 많이 보고 배웠다. 그러나 기발하고 발랄한 투쟁도 ..
나의 일제고사 거부 실패기 “선생님께 미안하다”며 끝내 체험학습 포기한 내 아이 나는 딸딸이 아빠다. 큰애는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둘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지난해 가을 온나라가 일제고사 문제로 떠들썩했지만 나는 용케 이 문제의 직접당사자가 아니었다. 지난번 시험에서 두 아이 모두 대상에서 제외됐다. 복받은 학부모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한 번 비켜갔다고 끝까지 요행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3월31일 강행된 일제고사에 둘째가 딱 걸려들고 말았다. 나는 2주 전부터 둘째에게 일제고사 얘기를 꺼냈다.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녀석은 그런 시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워낙 학교시험에 무심한 아이어서인가 보다 했다.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더니 친구들도 모르고 있다고 했다. 내가 너무 일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