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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보증서 흔들며 과학을 외치다! [분석]동아일보 4일치 1면 기사의 ‘주술적 과학주의’를 비판함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올해 고인이 된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지난 2001년 부인 안경희씨를 먼저 떠나보냈다. 하필 당국의 고강도 세무조사로 거액의 탈루 사실이 드러나 신문도 집안도 모두 큰 위기에 놓여 있을 때였다. 안씨는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해에는 신경쇠약 증세도 심했다고 했다. 다음날 동아일보 지면은 안씨의 죽음을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다뤘다. 흥분한 쪽은 이웃 조선일보였다. ‘권력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거였다. 동아일보의 감각은 안씨의 죽음 자체보다 조선일보의 자극에 훨씬 민감한 듯 보였다. 그 다음날 느닷없이 1면 통사설(상자 전체..
소년 '범생이'에서 진짜 '기자'로 [인터뷰] 사표낸 30대 중반 기자와의 취중 대화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소년은 ‘범생이’었다. 제도교육을 누구보다 착실히 받았다. 코 밑 잔털이 굵고 뻣세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교육받은 내용을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소년은 국가가 표상하는 반듯한 청년으로 자랐다. 대학 시절 막걸리를 마실 때도 가장 선망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청년은 그 나라 이름에서 이성과 합리성, 자유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돈을 벌면 반드시 그 나라로 유학을 가겠다는 꿈을 키웠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기자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였다. 원서를 넣어봤다. 한 번에 붙었다. 청년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기자가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기자는 폭탄주가 몇 순배 돌자 초저녁부터 얼굴이 불콰해졌다. ..
'청와대 엠바고 폭로' 김연세 기자 사직 코리아타임스, 스포츠부로 전격 발령…"납득할 수 없다"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한미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쪽의 보도 유예 요청 사실을 폭로했던 김연세 기자가 갑자기 스포츠부로 발령이 나 인사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기자는 신문사 쪽의 인사 발령에 항의해 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기자는 지난 주말 신문사 간부로부터 정치부에서 스포츠부로 인사 발령이 날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지난 5월 8일 한승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간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사실을 정부 공식 발표보다 먼저 알렸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
'늑대소년' 조중동, 신부님들 앞 엉거주춤 2일치 '촛불' 지면 뒤집어보니…앞뒤 안맞는 '사실'들 뒤죽박죽 재구성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다시 엉거주춤하다. 뒤도 안 닦은 채 바지 올린 것 마냥.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득달같이 뛰쳐나갔는데, 얼핏 뒤가 서늘해 돌아보니 셋뿐이다. 늑대 소년 노릇도 한두번이지, 이번에도 뒤통수 긁적거리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그동안 말을 얼마나 자주 바꿔왔는지, 이젠 스스로 뭔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 못할 지경이다. 촛불을 괴담, 배후, 반미로 몰고 갈 때만 해도 사태파악이 안됐다. 뒤늦게 억지춘양으로 “그들은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왔다”거나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도 해봤다. 무람없는 시위꾼들이 계란을 던져도 썩소로 화답하며 때를 기다렸다. 여..
기자는 언제, 왜 얻어맞는가? 기자가 '촛불'에서 예외일 수 없는 까닭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기자들이 얻어맞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내가 아는 누구도 맞기 직전까지 갔다. 아니, 나부터도 몇 차례 '신분증을 까야 하는' 위협적 상황에 몰렸다. 마음이 불편하다. 겁도 나지만, 묘한 상실감 같은 것도 느낀다.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하기엔 자가발전이 심한 것 같아 혼자 낯이 붉어진다. 반대로, 동업자가 맞는 게 싫어서라고만 하기엔 직업적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 같아 도무지 찜찜하다. 기자 폭행에 대해 가장 기자 본위적인 반응을 보인 건 기자협회 성명서다. "시위대든, 진압경찰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특히 언론인, 언론사에 대해 자신들의 불..
PD수첩 '까는' 조중동 문법으로 조중동을 까보면… 저널리즘 준칙 참칭…‘왜곡’ 주장하는 진짜 왜곡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 토드 기틀린의 책 에는 저자가 방송과 인터뷰를 한 뒤 큰 곤욕을 치른 에피소드가 나온다. 방송 문법에 누구보다 빠삭하고 비판적인 그였지만, 이라크 침략 전쟁과 관련해 밝힌 ‘반전’ 입장이 ‘전쟁 불가피론’으로 오해사기 딱 좋게 보도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는 방송과 더러 인터뷰할 때면 인터뷰어에게 꼭 이렇게 묻는다. “(내 얘기를) 몇 초나 쓸 겁니까?” 시계 초침을 보며 말을 가다듬은 다음, 할 말만 주어진 시간 안에 딱 하고 끝내버린다. 방송의 문법은 영상과 내레이션의 상호작용에 관한 경험적 규범이다. 방송의 메시지란 이들 두 핵심요소가 수용자의 인지감각을 거쳐 빚어낸 ‘이..
KBS 앞 폭력과 학살의 기억 해질 무렵 들려온 소식 어제(6월23일) 해질 무렵 사무실에서 머리털 비틀어가며 글을 쓰고 있는데, 한 기자가 대뜸 이런 말을 하더군요. “다음 아고라에 방금 떴는데, KBS 앞에서 1인시위하는 여성이 집단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갔대요.” 가해자는 이른바 ‘보수단체’(단체 이름을 몰라 이번에도 하는 수 없이 이 제도권 표현을 쓰지만, 그럴 때마다 목에 탁탁 걸립니다) 회원들이라고 하더군요. 마침 ‘언론 자유와 집회 자유의 관계’에 대해 두 번째 글을 쓰고 있던 터여서인지 다른 때보다 훨씬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할일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저녁 반주로 소주 한 잔 걸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술은 마시는 순간 두뇌와 가슴 사이 연결통로를 확장시킨다는 게 제 오랜 음주 이력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덕분에 이성..
방송대학보 ‘언리미티드’를 제안함 * 방송대학보 지령 1500호 특별기고문입니다. 방송대 출신은 아니지만, 방송대학보사와는 적잖은 인연이 있어서, 청탁을 받게 되었지요. 주례사 글의 전형입니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만 15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일간지, 시사주간지, 지상파, 인터넷까지 모두 네 종류의 매체를, 많게는 두 번씩도 거쳤다. 한 직업 안에서의 일대기치고는 사뭇 부잡스럽기까지 하지만, 여러 매체를 주유하는 과정에서 전통 매체 한 곳에서만 일한 기자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진 게 덤이라면 덤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지난 한 달 사이 한국사회는 캠코더와 노트북으로 상징되는 1인 미디어 시대로 ‘진화’했다. 전달수단의 변화가 소통방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뉴스의 개념과 가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