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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그 잊혀진 이름을 다시 만났다 [기획] 발견 2008 “내가 만난 2008년의 무엇” ⑨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지율’은 잊혀진 이름이다. 아니, 어느 쪽에서는 애써 잊으려 하고, 그 반대쪽에서는 고약한 관형어를 끌어 붙여 끝없이 상기시키려 하는 이름이다. 날수로 350일이 넘는 다섯 번의 단식을 이어가면서, 그보다 우뚝했던 목소리들은 부채감을 뒤로하고 모두 스러졌고, 그보다 날선 목소리들은 정형화된 기계음을 기세 높게 되풀이하고 있다. 천성산은 집단적 기억에서 멀어졌고, 굴착기 소리는 산자락에서만 더욱 요란할 뿐 세상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숫자와 화폐 단위로 표기된 공사 지연 손실액만이 유일한 기호로, 때만 되면 포장을 바꿔 다시 전시되는 계절상품처럼,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유통기한 없이 ..
방송 향한 꿈과 해몽으로 가득한 조중동 [비평] 언론노조 파업 보도는 이들의 2009년 ‘토정비결’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단언하건대, 조중동이 파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같은 전쟁을 미화할지언정, 정치적 파업은 생존권과 무관한 파업이라고 비난하고, 생존권 파업은 다시 밥그릇 지키기라고 비난한다. 파업은 이유불문하고 절대 안 된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인 셈이다. 그런 조중동이 파업 눈치를 본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방송사 파업인데도 그렇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파업하면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것이듯이, 국민의 눈과 귀를 볼모로 벌이는 파업이라고 비난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인 이튿날 아침, 조중동 지면에서 파업 관련 소식은 마땅한 대접..
‘이라크 영웅’은 한낱 가십거리인가 신발 투척 기자를 ‘거만한 모욕 전문가’로 희화화하는 언론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미국의 이라크 침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언론사는 어디였을까? ? ? ? ? 아니다. 미국 언론사들은 이렇다 할 재미를 못 봤다. 카타르 민영방송인 와 영국의 권위지 이 최대 수혜 언론사였다. 침략이 시작되자 미국 언론들에서는, 평소 그들이 표방해온 객관주의의 얇은 지각을 뚫고 애국적 저널리즘의 불기둥이 분출했다. 와 은 전쟁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시청자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가디언이야 워낙 이름값 높은 영어 매체였으니 그렇다 쳐도, 알자지라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였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시작한 전쟁을 차마 끝마치고 싶..
뉴라이트, 한반도 공룡을 만나다 역사바로세우기, 내용보다 더 가당찮은 그 인적 결합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얼마 전 집에서 EBS 다큐멘터리 을 봤다. ‘50억 규모의 제작비와 1년여 제작기간’ ‘아시아 최초 공룡 다큐’ ‘화려하고 섬세한 순수 국내 CG기술’ ‘뉴질랜드 올로케이션’ 등의 화려한 수사로 단장한 바로 그 프로그램. 드물게도, 먹을 게 제법 많은, 소문난 잔치였다. 17인치 아날로그 TV로 보기에도 가히 스펙터클했다. 치밀한 고증과 함께 주인공 공룡의 로망 등 감정선까지 짚으려 한 제작진의 학술정신/작가정신도 그런대로 돋보였다. 하지만 내 감정몰입은 정확하게 그 지점에서 멈춰섰다. 문득 어느 선배가 떠올랐다. 10년 전쯤 일이었다. 과학 담당 기자였던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KBS노조 선거 ‘매트릭스’ 식으로 보기 욕망과 존배를 배신하는 대중의 선택을 먼저 간파해야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정치공학적 해석은 “그럴 줄 알았다”이다. 자칭 타칭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미친 요인들을 정합의 형식을 빌려 정교하게 재구성한다. 접전을 펼친 선거일수록, 대세론이 뒤집힌 선거라면 더더욱, 아귀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진다. 비록 사후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날카로운 정신분석학자이면서, 탁월한 사회심리학자이고, 계가의 달인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판에 대한 우리의 인지는 그들이 말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매트릭스 세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차원으로 곧장 이동하고 만다. KBS 노조 선거가 끝났다. 전문가스런 분석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
“방송을 재벌에 몽땅 넘기려 한다” 한나라당 방송법 등 7개 법 개정안 발의…언론단체 등 거센 반발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한나라당이 사실상 재벌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언론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차라리 재벌에게 미디어 산업을 몽땅 가져가라고 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들 법안의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 안팎에서 거센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 특별위원회’는 3일 신문(뉴스통신 포함)과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도 지상파 방송의 20%,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의 49%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언론 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나머지 6개 개정 법안..
‘미네르바’를 다루는 주류언론의 4가지 방식 지지-폄하-비난-호기심 자극 등 제각각…이면엔 ‘두려움’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이 글은 제1519호(2008. 12. 1) ‘미디어 바로보기’에 발표한 글임을 밝힙니다. 신문·방송 같은 주류 언론이 누리꾼들의 의제를 다뤄온 방식은 (그럴싸하게 보면) 메타적이다. ‘개똥녀’ 사건을 상기해보자. 주류 언론 기자가 문제의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면 젊은 여성의 무개념을 취재해 보도했을까? 아예 무시했거나, 기껏 가십성 단신으로 다뤘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이버 논쟁에 직접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류 언론이 다룬 건 개똥녀를 두고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그래서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했다. 지금 대한민국 최강의 누리꾼은 이론의 여지없이 ‘미네르바’다. 주류..
‘개콘’은 내 행복욕망을 자극한다 나는 이 글을 비자발적으로 쓰고 있다. 그렇다고 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방송시간을 기억해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개콘 말고는 없다.) 애초 이 글이 내 몫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뿐이다. 나는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개콘에 대해 글을 한 편 써달라고 부탁했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우선은 재판 준비에 바쁘고, 다음은 좀 쉬고 싶고… 그 다음은 언젠가부터 글을 쓰게 될 터인데, 이제는 누구 주문이나 주어진 틀 속에서가 아닌, ‘내 글’을 쓰고 싶어요. 그렇게 이해해주구려.” 거절은 했지만, 적어도 ‘KBS 사장까지 한 대선배에게 어떻게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글 따위를 써달라고 하느냐’ 식의 역정은 결코 아니었다. 언젠가는 그가 개콘을 글감 삼은 ‘내 글’을 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