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가 된 글

“방송을 재벌에 몽땅 넘기려 한다”


한나라당 방송법 등 7개 법 개정안 발의…언론단체 등 거센 반발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한나라당이 사실상 재벌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언론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차라리 재벌에게 미디어 산업을 몽땅 가져가라고 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들 법안의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 안팎에서 거센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 3일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 특별위원회’가 언론 관련법 개정안 발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 특별위원회’는 3일 신문(뉴스통신 포함)과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도 지상파 방송의 20%,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의 49%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언론 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나머지 6개 개정 법안은 △신문법 △언론중재법 △인터넷 멀티미디어법 △전파법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등 대부분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개정안들이다.

◇ 방송법 개정안=나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신문·뉴스통신의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의 지분 보유 한도를 각각 20%와 49%까지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과 신문·뉴스통신의 방송 소유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런 제한조치를 사실상 없앤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방송 소유를 금지하는 기업의 자산규모를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한 뒤 일주일 만에 나왔다.

방송법 개정안은 또 이들 방송의 1인 지분 제한을 현행 30%에서 49%로 확대하고 있으며,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채널에 대해 외국자본이 20%까지 출자 또는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 위성방송의 경우 현행 33%에서 49%로 외국자본 출자 허용 비율을 높였다. 지상파에 대한 외국인 직접 출자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으나, 대기업 출자를 통한 지상파 간접 출자의 길이 열렸다.    

이에 대해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성명을 내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자산규모를 50조원, 100조원으로 높여서라도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 발언을 매우 신속하게 현실화시키는 작업”이라며 “상위 재벌 10곳의 현금 보유액이 4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돈으로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을 소유하라고 추파를 던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디어행동은 또 “방송사 1인 소유 지분 상한선을 높임으로써 지금도 방송사 내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최대주주가 견제받지 않는 황제권력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기존 지상파 대주주들은 가뜩이나 재원도 모자란 판에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고, 경영권 분쟁을 겪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신문법 개정안=한나라당은 신문·방송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는 신문법 15조2항을 폐지했다. 신·방 겸영은 여론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신·방 겸영을 금지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개정안은 또 신문지원기관인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 한국언론재단을 통합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신설하도록 했다.

미디어행동은 “거대 신문들이 재벌과 손잡고 방송에 진출하도록 길을 활짝 열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2006년 6월29일 헌법재판소는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의 교차소유 및 겸영은 여론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미디어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며 “도대체 어떤 획기적 변화가 있었던 말이냐. 획기적인 변화라면 미디어 환경이 급속히 여론통제 환경으로 바뀐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재단을 통합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라는 독임제 기구를 만들겠다는 발상 역시 개악”이라며 “신문을 지원하던 신문발전위원회가 독임제로 바뀌면 신문 지원을 둘러싼 정권의 입김 논란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7개 언론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들 법안을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을 파괴하는 법안’으로 규정하고 이를 명백히 반대한다”며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미디어의 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