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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범생이'에서 진짜 '기자'로 [인터뷰] 사표낸 30대 중반 기자와의 취중 대화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소년은 ‘범생이’었다. 제도교육을 누구보다 착실히 받았다. 코 밑 잔털이 굵고 뻣세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교육받은 내용을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소년은 국가가 표상하는 반듯한 청년으로 자랐다. 대학 시절 막걸리를 마실 때도 가장 선망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청년은 그 나라 이름에서 이성과 합리성, 자유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돈을 벌면 반드시 그 나라로 유학을 가겠다는 꿈을 키웠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기자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였다. 원서를 넣어봤다. 한 번에 붙었다. 청년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기자가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기자는 폭탄주가 몇 순배 돌자 초저녁부터 얼굴이 불콰해졌다. ..
'청와대 엠바고 폭로' 김연세 기자 사직 코리아타임스, 스포츠부로 전격 발령…"납득할 수 없다"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한미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쪽의 보도 유예 요청 사실을 폭로했던 김연세 기자가 갑자기 스포츠부로 발령이 나 인사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기자는 신문사 쪽의 인사 발령에 항의해 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기자는 지난 주말 신문사 간부로부터 정치부에서 스포츠부로 인사 발령이 날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지난 5월 8일 한승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간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사실을 정부 공식 발표보다 먼저 알렸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
'늑대소년' 조중동, 신부님들 앞 엉거주춤 2일치 '촛불' 지면 뒤집어보니…앞뒤 안맞는 '사실'들 뒤죽박죽 재구성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다시 엉거주춤하다. 뒤도 안 닦은 채 바지 올린 것 마냥.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득달같이 뛰쳐나갔는데, 얼핏 뒤가 서늘해 돌아보니 셋뿐이다. 늑대 소년 노릇도 한두번이지, 이번에도 뒤통수 긁적거리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그동안 말을 얼마나 자주 바꿔왔는지, 이젠 스스로 뭔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 못할 지경이다. 촛불을 괴담, 배후, 반미로 몰고 갈 때만 해도 사태파악이 안됐다. 뒤늦게 억지춘양으로 “그들은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왔다”거나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도 해봤다. 무람없는 시위꾼들이 계란을 던져도 썩소로 화답하며 때를 기다렸다. 여..
기자는 언제, 왜 얻어맞는가? 기자가 '촛불'에서 예외일 수 없는 까닭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기자들이 얻어맞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내가 아는 누구도 맞기 직전까지 갔다. 아니, 나부터도 몇 차례 '신분증을 까야 하는' 위협적 상황에 몰렸다. 마음이 불편하다. 겁도 나지만, 묘한 상실감 같은 것도 느낀다.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하기엔 자가발전이 심한 것 같아 혼자 낯이 붉어진다. 반대로, 동업자가 맞는 게 싫어서라고만 하기엔 직업적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 같아 도무지 찜찜하다. 기자 폭행에 대해 가장 기자 본위적인 반응을 보인 건 기자협회 성명서다. "시위대든, 진압경찰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특히 언론인, 언론사에 대해 자신들의 불..
PD수첩 '까는' 조중동 문법으로 조중동을 까보면… 저널리즘 준칙 참칭…‘왜곡’ 주장하는 진짜 왜곡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 토드 기틀린의 책 에는 저자가 방송과 인터뷰를 한 뒤 큰 곤욕을 치른 에피소드가 나온다. 방송 문법에 누구보다 빠삭하고 비판적인 그였지만, 이라크 침략 전쟁과 관련해 밝힌 ‘반전’ 입장이 ‘전쟁 불가피론’으로 오해사기 딱 좋게 보도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는 방송과 더러 인터뷰할 때면 인터뷰어에게 꼭 이렇게 묻는다. “(내 얘기를) 몇 초나 쓸 겁니까?” 시계 초침을 보며 말을 가다듬은 다음, 할 말만 주어진 시간 안에 딱 하고 끝내버린다. 방송의 문법은 영상과 내레이션의 상호작용에 관한 경험적 규범이다. 방송의 메시지란 이들 두 핵심요소가 수용자의 인지감각을 거쳐 빚어낸 ‘이..
광고 압박, 헌법에 나와 있다! '언론 자유'와 '집회 자유'에 관한 단상 ②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5년 전 대통령과의 '검사스런' 대화로 국립국어원의 신조어 자료집을 빛냈던 대한민국 검찰이 다시금 자료집의 금문자에 불광질을 하고 있다. 비난과 성토는 어찌됐든 참아내도 조롱 앞에서는 파르르 떠는 게 권력기관의 속성인데, "나 잡아봐라"하며 대거리하는 누리꾼들 앞에서, 추상같던 사정기관의 위엄은 서릿발 맞고 참새에 쪼이는 허수아비보다 남루하다. 이제 '검사스럽다'의 개념은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다"에서 "논리 없는 남의 주장을 대신해주고 실컷 욕먹다"로 진화하고 있다. 제품값에 광고비가 포함된다는 건 '상식'이다.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제품값을 따지는 건 보행자 신호가 들어올 때 무리지어 건너..
"MB와 조중동, 공영방송 사수 1등공신"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음모' 토론회…"촛불이 지켜줄 것"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이명박 정권이 조·중·동과 스크럼을 짜고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공영방송을 지켜주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주최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음모를 말한다' 토론회의 참석자 발언을 발랄하게 재구성하면 대강 그렇다. 참석자들은 정권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국면의 전개를 치밀하게 분석하며, 사태의 앞날을 합리적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토론 주제는 크게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의 성격 △공영방송 장악 의도에 대한 대응 전략 등 두 가지로 구성됐으며, 별도의 발제 없이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자들의 발언 내용을 두 주제별로 요약·정리한다. 주제(1)..
방송사 앞 데모? 헌법 21조에 물어봐! ‘언론 자유’와 ‘집회 자유’에 관한 단상 ①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헌법은 평소 그 위상에 걸맞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자연계의 공기 같은 존재여서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헌법적 안정성과 관련해 어떤 중대한 사태를 맞을 때 헌법은 시정의 거리로 호출된다. 예를 들어 성문헌법의 축자 해석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자살골 넣듯 ‘관습 헌법’을 인정할 때, 세간의 관심은 일제히 헌법으로 쏠리게 된다. 제헌 이후 대한민국 헌법 1조가 요즘처럼 큰 관심을 끈 적이 일찍이 없었다고 한다. 현 시국이 가장 강력한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방증한다. 촛불집회의 의제가 광우병 쇠고기에서 다른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만큼, 머잖아 관심을 끄는 헌법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