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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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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의 스님과 먹황새 오랜만에 내성천에 다녀왔다. 늦가을 장마에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화창한 봄날이었다 해도 을씨년스럽기는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지금 내성천은 폐허다. 강도 그렇고, 강마을도 그렇다. 지난봄과도 또 달랐다. 일행이 찾아간 동호마을(경북 영주시 평은면)에서는 중장비들이 동원돼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부수고 있었다. 중장비 소음이 벌겋게 깎인 산자락에 튕겨 텅 빈 마을과 들녘으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수몰 예정 지역인 그곳에는 지율 스님과 주민 두 사람이 아직 버티고 있다.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와 예천 땅을 셀 수 없이 굽이돌아 낙동강 본류로 들어가는 100여㎞의 사행천이다. 나는 여러 해 그 물길을 시시때때로 답사했다. 이태 전만 해도 상류부터 최하류까지 바위 하나 찾아보기 힘든 고운 모래 천지였..
국정교과서 문제로 본 손석희 현상 손석희는 손석희인가 5 손석희는 ‘현상’이다. 오늘도 검색창에 그 이름 세 글자를 입력하면 그의 프로그램에 누가 나와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미주알고주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어뷰징 기사들이 말 그대로 “차고 넘친다”. 그래서 컴퓨터 화면을 스크롤해야만 한다. 어뷰징의 본디 뜻을 그대로 빌리면, 손석희는 “오남용”되고 있다. 사전 풀이에 기댈 필요도 없이, 내 생각도 같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가 오남용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사실이다.얼마 전 소설가 김훈이 손석희의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주어와 동사만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중략) 손석희 앵커가 뉴스를 다루거나 진행하는 것을 보고, 아 저것은 내가 지향하는 문체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김훈은 명쾌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