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40) 썸네일형 리스트형 다낭 여행객에게 전하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한 개최지 후보로 떠오른 베트남 다낭은 요즘 한국사람들에게도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올 상반기 전자상거래업체 항공권 예약과 여행사 관광상품 예약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인구 대비 출국률 세계 1위(연간 50%대)인 한국은 다낭의 외국인 여행객 순위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랐다.인터넷을 검색하면 다낭을 찬미하는 기사와 블로그 포스트가 쏟아진다. 몇개만 골라 읽어도 반쯤은 여행한 기분이 들 정도다. 그러나 여행 기사나 블로그에선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알고 나면 여행하는 마음이 결코 편치 않을 얘기가 있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얽힌 현대사의 붉은 한 조각이다.다낭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주요 사령부와 기지가 밀집한 곳이었다. 수려한 풍광을 끼고 미군 휴양지도 .. 어느 날 우린 낯선 냉면을 먹게 될 것이다 을지면옥(서울 중구 입정동)은 먹으러 들어갈 때부터가 먹는 과정의 일부인 음식점이다. 공구 가게와 배터리 가게 사이로 난 너비 1.5m의 통로를 지나 상가 뒤편으로 빠져나가면 안채처럼 자리한 건물이 얼굴을 내민다. 을지면옥을 찾아 들어가는 과정은 삼삼함을 지나야 비로소 감칠맛이 열리는 이 집 냉면 맛을 공간적으로 재현한 듯하다. 믿거나 말거나, 단골들은 좁은 통로를 다 지날 무렵 침샘이 서서히 열리는 걸 느낀다.얼마 전부터 ‘을지면옥’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게가 재개발로 사라질 처지라는 보도에, 계절 불문하고 문전성시를 연출하던 미식가들이 너도나도 자판을 두들겨대는 것이리라. 정확히 말하면 을지면옥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가야 할 처지지만, 레시피를 그대로 옮겨도 맛은 온전히 옮기지.. 마르틴 루터가 유튜버가 된다면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는 당대 최고의 저술가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바이마르판 은 127권에 이르고, 그의 책들은 1500~1540년 출간된 독일 전체 출판물 부수의 3분의 1을 차지했을 정도다.그러나 저 놀라운 수치들은 루터의 ‘개인기’로만 달성된 게 아니다. 한 세대 전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술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그만한 분량의 책을 공급할 수 없었을 것이다. 루터는 활판인쇄술을 “신이 내려주신 최대의 은총”이라고 했다. 수요 부분도 은혜로웠다. 당시 독일 문맹률은 95%나 됐지만, 그의 ‘사이다 발언’이 입소문을 타면서 책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소 한 마리 값을 치르고 책을 샀고,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여럿이 함께 들.. 굴뚝 위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가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버티고 있는 홍기탁과 박준호의 시간을. 그곳에서도 시간은 흐를까, 흐르면 어떻게 흐를까를. 왜 하필 시간인가. 무엇보다 지금 그들은 시간으로 환산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지난달 25일 굴뚝 아래 농성 천막을 찾았을 때, ‘379일’라고 쓴 입구의 손글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득한 굴뚝 높이만큼이나 비현실적이던 그 숫자는, 이 글이 발행되는 날 ‘412일’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형식으로 보면, 굴뚝 위의 시간은 ‘흐름’이 아니라 ‘적립’이다. 군대나 교도소에서 가위표를 쳐가는 것과 정반대로, 만기도 없이 쌓이기만 한다.그곳 시간도 어떻게든 흐르긴 할 것이다. 두 벗의 ‘굴뚝바라지’를 하는 차광호에게 물었다. “굴뚝 위의 시간은 어떻.. ‘쌍피’와 ‘독박’ ‘쌍피’는 같은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알 만큼 널리 쓰이는 화투 용어다. 국립국어원 엔 등재돼 있지 않지만, ‘일타쌍피’는 ‘일석이조’를 누르고 언어 생태계의 우점종이 됐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는 ‘쌍피’도 있다. 폭행 사건의 양쪽 당사자를 동시에 입건할 때 ‘쌍피 사건’이라고 한다. 이 말은 은 물론, 형법이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도 나오지 않는다. 본딧말의 용례를 살펴보면 ‘쌍방 피해’와 ‘쌍방 피의’가 혼재돼 있다. 준말의 형태소를 아예 벗어나 ‘쌍방 폭행’으로도 쓰인다.법률 용어도 아니고 정확한 어원조차 알 수 없지만, 검경은 ‘쌍피’를 선호한다. 애써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양쪽을 함께 입건한 뒤 합의를 유도해 불기소하거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경로가.. 불수능과 현장실습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불수능’이었다고 난리다. 수능 난이도 논란은 연례행사다. 경우의 수는 ‘물’ 아니면 ‘불’뿐이다. 사이도 없고 균형도 없다 보니 난이도에 대한 체감이라기보다 물불 안 가리고 대입에 올인하는 우리 사회의 조건반사일지 모른다는 의심마저 든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성인 언저리 또래들을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문제를 푸는 단일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100%가 아니라 68.9%다.(2017년 통계청) 31.1%는 여러 이유로 대학에 가지 않는다.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은 대학 전 단계인 고등학교의 유형을 10가지, 다시 세분하면 19가지로 나누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역시 일반고다. 이보다 덜 일반적인 자율고(공립형, 사립형).. 김진영 선생님 추도사 지난 8월21일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의 추도식에서 읽은 추도사입니다.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에 비하면 저는 선생님을 잘 알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만남의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2014년 봄에 처음 뵀으니 만 4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렇다고 자주 뵌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억을 긁어모아 봐도 10차례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추도의 말씀까지 하게 됐습니다. 외람된 노릇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길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드리는 말씀은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무람없이 서게 된 이유를 밝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뵌 건 공교롭게도 죽음에 관해 말씀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한두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무려 삼백이 넘는 생명의 희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분노와 .. 그동안 고마웠습니다-기키 기린을 추모함 일본 배우 기키 기린이 얼마 전 타계했다. 그녀의 연기에 깊이 매료돼 있었으면서도 그녀가 십수 년 암으로 투병해온 사실은 부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영화 속 페르소나에 몰입해 개인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녀의 사시(斜視)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본 적이 있는데, (이하 )를 보면서 그게 실제 장애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궁금해서였다. 2003년 왼쪽 눈의 망막이 박리돼 실명하면서 그리됐다고 한다. 2015년 작품인 은 기키의 필모그래피에서 비교적 근작이다. 이전 여러 작품에서 그녀의 장애를 알아채지 못한 사정을 내 관찰력의 한계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기키만의 고유한 연기에서 이유를 찾는 게 더 설득력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배역과 완벽한..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