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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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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성폭력, 가해자의 시선을 넘어 ‘존 마크 램자이어’라는 이름이 아주 눈에 설지는 않아 뒤적여봤다. ‘일본 판사들의 승진에 대한 열망이 정치적 판결을 내리게 만드는 통로’라는 그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칼럼(최한수, ‘이제 판사를 선거로 뽑아야 할까’, 2020년 12월 28일)에서 스친 이름이었다. 칼럼을 읽고 나서 제법 공감 가는 분석이라고 여겼던 기억이 난다. 그런 램자이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계약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썼고, 정작 논문의 근거인 ‘매춘 계약서’는 본 적조차 없노라고 뒤늦게 실토했다고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의 일본 판사 사회 분석에 대해서도 신뢰를 접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난감했다. 램자이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이 세계 지성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던 삼일절, ‘한국은 베트남에서의 ..
스무 살 베트남 아주머니 베트남 출신 친척 아주머니는 내 큰딸보다 네 살 위였다. 한국 온 지 이태째이던 어느 날 “친정엄마가 아프다”며 왕복 여비에 치료비까지 받아 집을 나선 뒤 소식이 끊겼다. 엄마가 아니라 오매불망하던 연인한테 갔다더라는 얘기는 계절이 두 번 바뀔 때쯤 전해 들었다. 술독에 빠져 건강까지 잃은 동갑내기 친척 아저씨의 절망은 그것대로 가슴 아팠지만, 사랑하는 이를 뒤로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 농촌으로 시집온 갓 스무 살 여성의 마음에 동조돼 잠시 비극의 정조에 빠졌다. 벌써 10년이 다 된 얘기다.두 해 전이다. 한국군에게 희생된 베트남 모자(녀) 형상의 ‘베트남 피에타’상 앞에 서서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그 연상이 얼마간 민망했던 건, 국적만 빼면 그녀와 조각상의 어머니 사이에 닿는 구석이 없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