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영춘씨, 가사는 노동이야 일에 치여 사느라 가사에서 손을 뗀 지 얼추 두 계절이다. 자정 넘어 집에 돌아와 넘치는 빨래통을 보고도 세탁기 돌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나날이었다. 그렇다고 나와 귀가시간이 어슷비슷한 두 동거인에게 일을 떠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집 안 사물들의 계통은 불길 앞의 밀랍인형처럼 녹아내렸고, 장기하의 노랫말대로 눅눅한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지난주, 마침내 큰딸의 전화 통보를 받았다. “가사 도우미 오시라고 했어!” 직권상정이었다. 그녀가 일러준 계좌번호로 서비스 비용을 입금했다.가사 도우미 얘기가 처음 나온 건 벌써 석 달이 넘었다. 나는 매번 망설였다.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얼마 안 되는 돈푼이나 쥐여주며 자차분한 가사의 ‘처리’를 맡긴다 생각하니, 기분이 도통 깔끔해지지 않았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