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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방송대학보 ‘언리미티드’를 제안함

* 방송대학보 지령 1500호 특별기고문입니다. 방송대 출신은 아니지만, 방송대학보사와는 적잖은 인연이 있어서, 청탁을 받게 되었지요. 주례사 글의 전형입니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만 15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일간지, 시사주간지, 지상파, 인터넷까지 모두 네 종류의 매체를, 많게는 두 번씩도 거쳤다. 한 직업 안에서의 일대기치고는 사뭇 부잡스럽기까지 하지만, 여러 매체를 주유하는 과정에서 전통 매체 한 곳에서만 일한 기자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진 게 덤이라면 덤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지난 한 달 사이 한국사회는 캠코더와 노트북으로 상징되는 1인 미디어 시대로 ‘진화’했다. 전달수단의 변화가 소통방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뉴스의 개념과 가치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은 결국 기자라는 직업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기사의 일방적인 생산-전달자라는 배타적 위상은 이미 사라졌다. 쌍방향 소통도 어느덧 낡은 개념이다. 이제 기자는 무한 네트워크의 한 결절점(node)이다.

방송대 학보사가 지령 1천500호를 내게 됐다고 한다. 36년 성상을 한결같이 학생들의 눈과 귀 노릇을 해온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학보사 기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깨어있는 지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하지만 앞서의 성과가 곧이곧대로 앞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이 미디어 격변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학보도 변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

변화의 방향은, 알다시피 소통의 범위를 확장하고 층위를 심화하는 것이다. 소통 범위를 확장하는 데 있어서 아날로그는 디지털에 필적할 수 없다. 인터넷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방송대 인터넷 학보는 혹독하게 표현해 홈페이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구성원들의 여론 마당 구실을 하는 또 하나의 유력한 매체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기자들이 인터넷 학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늘어야 한다. 독자가 스스로 의제를 형성하고 토론을 구성할 수 있는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주간으로 발행되는 종이신문의 위상은 인터넷과의 관계 위에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소통하고 탈 규격의 여론마당 구실을 할 때 종이신문은 정기적으로 이들 정보를 체계화하고 여론을 갈무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층위의 심화다. 한동안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영국의 유력지 <더 가디언>은 최근 인터넷 매체의 성공으로 종이신문까지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렇듯 지금은 비동시적인 것들이 우위를 경합하지 않고, 동시에 공존해야 하는 시대다.

더 가디언의 인터넷 제호는 <더 가디언 언리미티드>다. ‘언리미티드’는 온라인 안에서뿐 아니라 온라인-오프라인, 기자-독자 사이의 무한한 소통과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 위가 바로 기자도 독자도 온전히 바로 서는 진정한 독립언론의 자리다. 방송대학보의 무한발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