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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제고사 거부 실패기 “선생님께 미안하다”며 끝내 체험학습 포기한 내 아이 나는 딸딸이 아빠다. 큰애는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둘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지난해 가을 온나라가 일제고사 문제로 떠들썩했지만 나는 용케 이 문제의 직접당사자가 아니었다. 지난번 시험에서 두 아이 모두 대상에서 제외됐다. 복받은 학부모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한 번 비켜갔다고 끝까지 요행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3월31일 강행된 일제고사에 둘째가 딱 걸려들고 말았다. 나는 2주 전부터 둘째에게 일제고사 얘기를 꺼냈다.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녀석은 그런 시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워낙 학교시험에 무심한 아이어서인가 보다 했다.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더니 친구들도 모르고 있다고 했다. 내가 너무 일찍..
이런 언론탄압, 환영합니다 박해와 순교, 거짓 선지자의 아우팅, 그리고 수용자의 진화 기자가 구속되고 피디가 체포되는 작금의 사태를 두고 이들 직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건 무척 한가해보이거니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기자와 피디의 위상이 예전만 같지 못하대도, 그 때문에 이들이 체포·구속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대로, 이번 사태가 전 사회적 반발을 부르는 것이 이들 직업의 높은 위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는 것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주로 댓글을 통해) 그런 공방이 오가고 있다. 기자·피디의 위상을 폄하하든 추켜세우든, 그들이 보통 직업인과는 달리 취급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액면으로만 보면 “어떻게 기자·피디를 잡아갈 수 있느냐”와 “기자·피디는 신분증에 금테라도 둘렀냐”는 서..
스포츠 중계가 ‘국민’을 호명하는 이유 ‘고국에 계신 국민’ 대신 ‘스포츠 좋아하는 시청자’ 될 순 없나 5공 땐 한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대통령이 곧장 전화를 걸어 ‘국위 선양’을 치하했다. 방송은 그 장면을 생중계했다. 그 선수는 다시 ‘고국에 계신’ 부모와 통화에서 “어매야. 인자 고생 다했다”며 울먹였다. 물론 그 장면도 생중계됐다.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는 국제경기 중계방송 캐스터의 가장 격정적인 레퍼토리였다. 온 국민은 그때마다 열광했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명치끝이 뻐근해지곤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수백개의 금메달이 주인을 찾아갔지만, 외국 금메달리스트의 국적은 관심밖이었다. 당연히 그 나라의 국위가 우리에게 선양될 리 만무했다. 86년엔 멕시코 월드컵이 열렸다. 그전까지..
국제인권기구와 한국의 역할 [뒤짚어 기고] 유명환 장관 조선일보 기고 ‘G20과 한국의 역할’ 지난 24일, 전세계 120여개국 국가인권기구 협의체인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앞으로 의장 명의의 공식서한을 보내, 한국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계획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ICC는 한국 정부의 계획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효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인권위가 쌓아온 신뢰가 저하될 것을 우려했다. 결정적으로 한국의 A등급 승인을 재심사하고, 2010년 한국 인권위원회의 ICC 의장기구 수임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사고 있는 셈이다. 한 때, 한국 민주주의는 경이의 대상이었다. ‘쓰레기에서 핀 장미꽃’이란 표현은 이를 집약하는 경외였다. 민주주의는 진행 중인..
추부길 대표가 회개했다 그의 파탄은 이명박정권 언론통치관 파탄의 상징 지금까지 드러난 ‘박연차 리스트’에서 ‘추부길’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감당하는 상징성은 넓고도 깊다. 그의 이름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검찰에게 ‘성역없는 수사’의 상징이다. ‘정권에 의한 표적 청부수사’라는 민주당의 B급 태풍 수준의 반발은 그 이름 앞에서 순식간에 열대성 저기압으로 수굿해지고 만다. 언론들도 참으로 오랜만에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죽은 권력뿐 아니라 산 권력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단다. 검찰의 칼날이 여야 모두를 겨냥하고 있으니 달리 시비 삼을 수 없었겠다. 그러니 겨우 강도와 뉘앙스에 차이를 둘 뿐이다. 여기서 ‘추부길’은 언론의 정파성이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상징한다. ‘추부길’은 박연차 태광실업 ..
장자연 보도, 그 진지한 선정주의 KBS의 알권리 차원 문건공개, 인터뷰 편집왜곡으로 빛바래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으로부터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고 거절한 적이 있다. 나는 적임자가 아니었다. 그 사안에 대한 이런저런 배경설명과 함께 다른 인터뷰 대상을 소개해줬다. 그런데 그 방송사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내가 인터뷰를 한 것처럼 방송에 내보냈다. 그 뒤로 나는 방송기자 전화라면, 잘 아는 후배일지라도 “지금 녹음하고 있느냐”부터 묻는다. 정식 인터뷰를 할 때도 반드시 “내 말을 몇 초로 쓸 건가” 확인한 뒤 딱 그 시간만큼만 말하고 끝낸다. 방송사가 임의로 내 말을 잘라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다. 장자연이라는 여성 연예인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의 죽음은 개별성에서 벗어나 그의 노동과 성을 착취한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
‘입학사정관제’로 본 교육의 정치학 명분의 뒤안길에 있는 적나라한 이기적 게임의 법칙 교육문제만큼은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보-보수 또는 서민-기득권층을 동시에 만족시킨 교육정책 사례가 없었던 우리 현대사 앞에서 머쓱하다. 교육문제는 정작 가장 정치적인 영역 가운데 하나다. 공공선의 문제이기에 앞서 미래 자원에 대한 분배의 문제이기에 그렇다. 한국사회의 교육 갈등이 유별난 것도 교육이 자원 분배의 핵심변수로 작동해온 여태까지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진보와 보수가 그 ‘과거’ 기억을 전혀 다르게 재구성하기에 ‘미래’의 분배 규범을 놓고 ‘현재’의 교육정책을 다투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최근 언론 보도는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 분야 전반에서 극단적 찬반 대립이..
방통심의위, 온국민 금잔디·구준표 만들다 [방통심의위 해체 프로젝트] ① 프롤로그 방통심의위의 이녁들에게. 이녁들의 존재양식은 절묘함 자체다. 민간인도 아니면서 공무원도 아닌 것이, 처자식 먹여살리려는 이기적 동기로 일하는 노동자보다 오히려 국가발전에 보탬이 안 되고, 군대 대신 사회에서 시간을 죽이는 무기력하고 무료한 공익근무요원보다 훨씬 덜 공익적이기까지 하다. 이건 그야말로 박쥐의 존재양식이라 부를 만한데, 박쥐라면 이녁들은 단연 황금박쥐다. 이녁들은 나같은 우수마발은 꿈도 꿀 수 없는 막강권력을 가졌다. 하지만 사고능력은 단세포, 미토콘드리아다. 가장 무서운 권력은 ‘무식하면서 용감한’ 권력이다. 이녁들은 충분히 위험한 존재들이다. 초등학교 학급회의 수준보다 저열한 주장을 펼치는 걸 참다못해 야당 추천 3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이명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