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40) 썸네일형 리스트형 손석희는 손석희인가 1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더는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지난달 이 정확히 언론학자 100명에게 저 질문을 던졌더니 손석희를 꼽은 이가 76명이었다고 한다. 그 다음은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이었는데, 그가 그 영광의 자리에 오르는 데 필요한 건 단 1표였다. 합이 100이 되려면 1표씩 얻은 사람이 더 있을 법한데, 신문에는 따로 언급이 없었다. 2015년 한국의 언론인은 ‘손석희와 나머지 한줌’으로 이뤄져 있다고 봐도 되는 걸까.내가 그의 영향력을 실감한 건 JTBC가 느닷없이 ‘종편 사둥이’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을 때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JTBC 기자들의 표정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최후 보루가 된 것 같은 비장함이 내비쳤을 때보다는 정도가 덜했다. .. 글쓰기 책 범람의 시대, 별자리 같은 길잡이 [서평]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좋은 글을 욕망하다 월간지 편집장 할 때 필자였던 이가 글쓰기 책을 냈다고 알려 와서 얼른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요즘 출판계 화두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 책 범람’이라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인세가 호구지책인 이에게 ‘한 권 보내 달라’고 얌체 짓은 못하겠어서 광역버스 타고 서울 광화문의 대형서점으로 향했다. ‘글쓰기 책 전성시대’는 당장 한눈에 들어왔다. 계산대 부근 목 좋은 곳에 따로 마련된 특별 서가에 이런저런 필기구가 그려진 책 표지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분류표기를 보지 않더라도 대번 서가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지인의 책은 ‘아직’ 거기 없었다. 책을 찾아 매장 안을 무작정 서성이다가 평소 서점에서 기획 전용공간으로 쓰는 곳을 .. ‘까방권’으로 시작하는 셀럽 이야기 ※ 한동안 셀러브리티(셀럽)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셀럽 현상이 현재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유력한 분석 틀이라고 여긴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 ‘까방권’이라는 누리꾼 용어는 아직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는 등재되지 못했지만, 네이버 ‘지식인 오픈국어’에 낱말의 뜻과 다양한 파생 용례뿐 아니라 발음 규정(‘꿘’이 아니라 ‘권’이다)까지 친절하게 소개돼있다. 까방권은 ‘까임 방지권’의 축약어로, “한 번의 활약으로 다른 잘못에 대한 비난을 면제받는 권리”라고 한다. 이토록 탐나는 무형의 증서를 발급받은 이가 누굴까 봤더니, 버전이 오래된 탓인지 안정환, 이승엽이 예시돼있다. 나는 몇 해 전 김연아가 그렇다고 들은 적이 있다.사전은 이 낱말의 기원을 중세시대 ‘면죄부’에서 끌어오는데, 아무리 유희라.. 정치적 애도가 본질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나고 처음 만든 에 썼던 기사다. 1년이 지나고 돌아보니 참사 이후의 시간은 그때 상상할 수 있었던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하나하나 현실화된 시간이었다. 그래서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의 참사다. 김진영 철학아카데미 대표 인터뷰 철학자가 본 세월호 참사 애도 [나·들 2014.05 제19호] 세월호 참사는 ‘죄 없는 아이들의 희생’을 넘어 ‘가장 약한 존재의 침몰’이다. 철학아카데미 대표 김진영 선생은 애도의 정의를 바로잡고 죽은 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그들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어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한겨레 박승화 이 인터뷰의 모티프는 영화 (2007)이다. 유괴 뒤 살해된 어린 아들을 화장장 불길 속으로 떠나보내는 신애는 대성통곡하는 아이 .. ‘국대 도지사’ 홍준표의 국익론 앞에서 처음엔 차두리가 아예 축구선수를 그만두는 줄 알았다. 글을 쓰려고 검색해보니 국가대표만 은퇴한 거란다. ‘국가대표 은퇴’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따져보면 언어도단이다. 은퇴란 자신이 원할 때까지 머물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행하는 자발적 이탈이다.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은 혹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을까. “이봐, 두리. 덕분에 한국 속담 하나 배웠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신다’. 당케!” 물론 그는 여전히 탁월한 선수다. 그의 아버지 차범근은 TV 광고에 나와 아들의 스태미나에 경탄하며 “은퇴하기에 아깝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1978년, 차범근은 한국 선수 가운데 최초로 국외 리그, 그것도 당대 최고 리그라던 서독(현 독일) 분데스리가에 .. 공공성을 걷어찬 집단이 만든 ‘김영란법’ 언론이 ‘번안’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마치 ‘언론인 관계법’처럼 읽힌다. 전체 법안 가운데 취사선택해 보도하는 내용부터가 주로 자신들에 관한 것인 데다, 이 법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거의 유일한 집단 역시 그들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지금 자신의 얘기를 3인칭 화법으로 펼치고 있다. “오빠 믿지?”, “영란이 무서워요”처럼. 반면 이 법에 얽힌 이해관계가 언론인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공무원 집단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복지부동’은 그들의 유서 깊은 본성이어서? 그동안 일삼은 짓 때문에 마땅한 반대 명분이 없어서? 아니다. ‘표정관리’다. 법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선출직(국회의원)이 ‘셀프구원’을 넘어 임명직도 빠져나갈 수 있는 ‘연대의 구멍’까지 함께 터준.. ‘크림빵 아빠’는 어떻게 예외가 되었나 ‘크림빵 아빠’라는 표현을 처음 들은 건 그 단어가 이미 강력한 세태어가 된 뒤였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를 쫓고 있다는 뉴스 속보에서였는데, 제목과 본문이 모두 ‘크림빵 아빠’로 시작되는 데다 동료들마저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걸로 미뤄 내 ‘시사 지체’가 심각하다는 걸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새해 들어 담배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끊은 탓이려니 하다가, 뜬금없이 대학 시절 학교 앞에 있던 유서 깊은 빵집이 떠올랐다. 1970년대 그 대학에 다니던, 그러니까 나보다 10년쯤 연상인 유명 여배우도 즐겨 찾았다는 그곳의 대표 메뉴가 크림식빵이었다. ‘죽을 때까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말은 진부할뿐더러 진실도 아니지만, 처음 맛봤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는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생생히 기.. 저 굴뚝 위의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 2014년을 나는 꽤 요란하게 시작했다. 해맞이 행사장에 가려고 새벽같이 나섰는데도 버스 안은 손잡이 하나 차지할 수 없을 만큼 붐볐다. 버스에서 내려 몇 걸음 내딛지 않았을 때, 버스 안이 천국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인파에 쓸리면서 어찌어찌 산마루가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지만, 끝내 해가 뜨는 쪽으로 몸을 돌리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만큼이나 고역이었다. 해가 이미 중천에 걸릴 무렵 집에 돌아와 온종일 누워 지내야 했다. 이 글은 해가 2015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쓴다. 글이 인쇄되어 나올 때쯤, 여러분이 2015년 1월1일을 어떻게 났을지 나는 모른다. 부디 큰 고초를 겪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적어도 ‘공식’ 해맞이 행사에 휩쓸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전날에도 제야의 종 행사장 근처에..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