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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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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인가 ‘내집’인가 ‘즐거운 나의 집’과 달리 ‘내 집 마련’이라고 할 때는 ‘내’와 ‘집’을 붙여 쓰는 관행이 있다. 심지어 ‘내집마련’으로 복합명사처럼 쓰기도 한다. 집에 대한 집단적인 소유 욕망이 띄어쓰기 맞춤법을 넘어선 결과일 것이다. ‘빈 집’ 대신 ‘빈집’이 처음부터 맞춤법은 아니었을 테고, ‘짜장면’이 어느 날 ‘자장면’과 동렬에 올랐듯이, ‘내집’도 머잖아 표준어로 등재되지 않을까. ‘내 집’은 사용 개념이고, ‘내집’은 소유 개념이라는 국립국어원의 뜻풀이와 함께. 그러나 사용 개념으로서의 집이 어느덧 사멸하고 나면, ‘내 집’도 결국 사어가 될 것이다. 조삼모사의 정부 주택 정책을 겨냥한 최신 버전의 구호는 “실수요자 외면 말라!”다. 여기서 ‘실수요’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과 ‘마용성’ 등에 집중된다는 ..
청와대 안의 트럼프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민주’와 ‘공화’는 하나의 명사로 묶여 있지만, 가치체계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친 “국민의 명령이다”가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초했다면, “이게 나라냐”는 공화주의에 기초했다. 대통령 비선 실세가 사사로이 공적 영역을 전유한 데 대한 탄식이 “이게 나라냐”다.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의 원리이고, 공화주의는 공공성의 원리다. 전자는 개별 국민의 권리 신장을, 후자는 공동선과 조화, 평등을 지향한다. 둘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 보완하도록 설계된 게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다. 더구나 공화주의는 우리에게 경험적으로 익숙지 않고, 개념적으로도 꽤나 복잡하다. 프랑스의 ‘부르키니’(무슬림 여성 전용 전신 수영복) 착용..
부동산과 에어컨 일산 신도시 곁에 별책부록처럼 조성된 단출한 주거지역에서 18년째 살고 있다. 이사 온 날 밤 달디 달았던 공기와 형형했던 별빛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엔 직장 동료들이 제법 많이 살았는데 일찌감치 떠나고, 지금은 두어 집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이 간 곳은 예외 없이 서울의 학군 좋은 지역이었다. 나는 전세 계약이 끝나도 같은 단지 안에서만 옮겨 다녔다. 평수가 가장 작은 단지여서 보증금이 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단지 곳곳에 우거진 나무들에도 미련이 컸다. 이제 나도 떠날 때가 되었다. 이곳만큼은 부동산 광풍의 무풍지대라 여겼는데, 올 들어 집값이며 전셋값이며 한두 달 만에 1천만 원씩 뛰고 있다. 이사 갈 곳을 찾아 열심히 인터넷을 뒤진다. 지금 사는 데보다 더 외진 지역들이다. 그럼에도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