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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카카오 사태와 ‘피지털’ 역습

‘피지털’(physital)은 오타가 아니다. 오프라인의 특성인 ‘피지컬’(물질성)과 온라인의 기술 기반인 ‘디지털’(비물질성)의 합성어다. 말의 합성은 늘 현실의 합성과 동행한다. 현실의 선두주자는 비즈니스 마케팅 분야다. 식당의 키오스크, 오프라인 매장 상품의 큐아르(QR)코드 등이 온라인의 편의성을 오프라인 공간에 융합한 사례로 언론에 곧잘 소개된다.

 

그러나 이제는 만사가 피지털이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속성 자체가 피지컬과 디지털의 융합이다. 다만 ‘융합’이라는 표현은 양쪽 사이의 일방적인 힘의 우열과 작동 방향을 감춘다.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앱은 온라인이지만, 우아한 알고리즘은 생계를 위해 목숨 내놓고 질주해야 하는 배달 오토바이들을 한가득 오프라인 거리로 내몰았다. 이건 융합이 아니다.

 

기술문화연구자 이광석은 “상호부조와 품앗이 전통은 태스크래빗이, 빈집 잠자리를 함께 나누던 지역문화는 에어비앤비가, 동네 커뮤니티 수준에서 이뤄지던 카풀은 우버나 집카가, 하숙집의 거주 문화는 셰어하우스 플랫폼이 흡수하거나 대체한다”며 이를 ‘플랫폼 인클로저’라 부른다.(<피지털 커먼즈>) 플랫폼 자본은 증여와 공유 영역에 울타리를 치고 천문학적인 사익을 챙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의 말을 이렇게 번안해볼 수 있겠다. “플랫폼 자본은 국가나 다름없다.” 얼마 전 스페이스엑스(X)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무상 제공하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서비스를 끊네 마네 해서 한바탕 소동이 났다.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에 기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왔다. 국제 지정학이 그의 손에 달렸다.

 

<다이하드 4>는 개봉 15년이 지난 영화지만, 피지털에 대한 저항의 메타포로 읽을 만하다. 미국의 교통·통신·금융·전기 등 모든 네트워크를 해킹해 손아귀에 넣은 테러리스트를 물리친 이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다. 영화는 영화다. 이광석은 피지털계를 다시 ‘코먼스’(공통장)로 되찾아오기 위한 역발상적인 실천을 제시한다. 영화보다 현실적이다.

 

※ <한겨레> ‘유레카’에 실린 글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64009.html

 

[유레카] 카카오 사태와 ‘피지털’ 역습 / 안영춘

‘피지털’(physital)은 오타가 아니다. 오프라인의 특성인 ‘피지컬’(물질성)과 온라인의 기술 기반인 ‘디지털’(비물질성)의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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