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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집무실 옆 호텔, ‘드래곤힐 로지’

‘드래곤힐 호텔’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는 숙박시설이다. 정식 이름은 ‘드래곤힐 로지’다. 드래곤힐은 ‘용산’(龍山)을 영어로 옮긴 것이며, ‘로지’(Lodge)는 오두막, 산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두막이나 산장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겸손’하다.

 

호텔 터만 해도 약 8만4300㎡(2만5500평)에 이른다. 지하 3층, 지상 6층 높이의 고급스러운 주황색 외벽 건물은 객실 394실과 온천·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호텔 웹사이트(www.dragonhilllodge.com)에 들어가보면 시설 하나하나가 특급호텔로서 손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본관 옆에는 전통 기와를 얹은 고즈넉한 육각정이 있고, 객실에선 남산과 일대 전경이 막힘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드래곤힐 호텔이 문을 연 건 1990년이다. 이미 30년 넘게 지났으니 제법 명소가 될 만도 한데, 대다수 한국인에게는 존재조차 낯설다. 미군과 미군 관계자,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한국군), 미군 구성원 가족과 부대 방문이 허가된 민간인만 이용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이기 때문이다.

 

어디든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지인 찬스’다. 오래전 보도를 보면, 출입증을 소지한 사람이 서너명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최근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통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특권의식이 한층 맛을 돋웠을 스테이크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거친 뒤로 인기가 차츰 시들해졌다.

 

도박장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인 출입 금지’와 ‘원화를 달러로 교환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그곳에서 평일 대낮에 한국인 수십명이 환전을 해가며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식의 르포 기사가 잊을 만하면 나왔다. 단골손님의 80%가 내국인이라는 보도도 있었고, 현직 국회의원이 카지노를 하다 카메라에 찍혀 보도된 일도 있다.

 

하지만 드래곤힐 호텔의 존재가 온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이 호텔이 있는 주한미군 잔류 기지(약 10만㎡)가 대통령 집무실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급히 대체부지 협상에 착수한다는데, 또 수천억원이 들게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시대’는 얼마나 비용을 더 들여야 온전히 열릴 수 있을까.

 

※ <한겨레> ‘유레카’에 실린 글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6181.html

 

[유레카] 집무실 옆 호텔, ‘드래곤힐 로지’ / 안영춘

‘드래곤힐 호텔’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는 숙박시설이다. 정식 이름은 ‘드래곤힐 로지’다. 드래곤힐은 ‘용산’(龍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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