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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조선족, 한복 입은 디아스포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 입은 출연자가 등장하자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누리꾼들이 ‘동북공정’을 비꼬아 표현한 ‘한복공정’은 한복이 한국 전통의상이라는 사실만 놓고 보면 단순명쾌한 풍자 같지만, 그 출연자가 ‘조선족’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는 순간 고차방정식이 되고 만다.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을 대표해서 나온 이들은 제가끔 자신의 전통의상을 입었다. 조선족 대표는 무슨 옷을 입었어야 했을까. 이 물음은 ‘조선족은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조선족’은 공식 용어가 아니다. 영화에서 주로 치안과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자로 재현되듯이, 비칭이나 멸칭에 가깝다. 법률상 용어는 ‘한국계 중국인’이다. 중국에서 ‘조선족’은 공식 용어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들은 저 용어를 통해 중국 체제의 공민이 된다. 무려 헌법이 부여한 정체성이다. 이를테면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는 헌법과 민족지역자치법, 연변조선족자치주조례에 따라 자치지역 안에서 조선족 언어와 문자의 공적인 사용이 보장된다. 맞다. 한국어와 한글이다.

 

조선족의 뿌리는 고구려, 발해가 아니다. 조선족은 지극히 근·현대적인 산물이다. 1860년대 한반도 북부에서 자연재해와 흉작이 이어지자 만주로 이주하는 조선인이 크게 늘면서 연변 지역을 중심으로 민족 공동체의 맹아가 싹텄다. 이를 필두로 일제 강점기 동북아시아 정세가 격변할 때마다 대규모 이주가 이뤄졌다. 모두 4차례다. 1945년 일본 패전과 한반도 분단에 따라 남북으로 갈린 귀환과 잔류라는 격동을 거친 다음, 중화인민공화국 설립과 함께 조선족이라는 명칭이 공식화됐다.

 

이주자는 각양각색이었다. 독립운동가도 있었고 생계형도 있었다. 윤동주, 송몽규, 문익환은 조선족이 아니지만, 용정에 남은 그들의 벗은 조선족이다. 올해는 연변자치주 설립 70주년이다. 공동체는 중국의 개방정책 이후 빠르게 해체되고 있고, 한·중수교 뒤로는 한국행이 붐을 이뤘다. ‘한국계 중국인’은 등록외국인 109만1369명 중 가장 많은 25만6030명(23.5%)을 차지한다.(2021년 9월30일) 그들의 ‘디아스포라’(이산)는 160년에 걸쳐 현재진행형이다. 우리와 그들의 전통의상은 여전히 같다.

 

※ <한겨레> ‘유레카’에 실린 글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0032.html

 

[유레카] 조선족, 한복 입은 디아스포라 / 안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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