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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글

판도라 상자 앞에 선 BTS

뮌헨 국제음악콩쿠르 바순 2위 수상자, 헬싱키 국제발레콩쿠르 2위 수상자, 서울 국제무용콩쿠르 현대무용 2위 수상자, 동아무용콩쿠르 한국무용 1위 수상자,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1위 수상자…. 이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장르의 유사성 같은 데서 단서를 찾다가는 끝내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예술 특기자 병역특례 대상이다. 국제대회는 2위까지,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대회는 1위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삼엄한 징병제를 가뿐히 뛰어넘는 대회들이지만, 운영 주체가 국가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내대회에서는 온나라 국악 경연대회만 국가(국립국악원)가 주최한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사단법인인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동아무용콩쿠르는 언론사인 동아일보가 주최자다.

 

적용 대상 대회는 병무청 훈령 제1402호에 대회 이름과 종목까지 깨알 같은 표로 정리돼 있다. 48개 대회(국제 41, 국내 7) 119개 종목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국위 선양’ 외에 어떤 기준이 추가됐기에 뭐는 되고 뭐는 안 되는 건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대회가 어쩌다 거기 끼어들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체육 분야는 기준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변천사는 그렇지 않다. 1973년 시행 이후 무분별하게 대상이 늘다가 1990년에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축소됐다. 그 뒤로도 땜질이 잇따랐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자 월드컵 16강 이상이, 2006년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4강에 오르자 이 대회 4위 이상이 포함됐다가, 둘 다 2007년에 다시 제외됐다. 잡음도 많았다. 2018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병역특례를 노려 선수를 선발했다는 논란 끝에 감독이 사퇴하는 일까지 있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흥민은 되는데 방탄소년단(BTS)은 왜 안 되느냐”고 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성취만 놓고 보면, 방탄소년단의 자격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논의가 시작되면 방탄소년단이라도 병역특례의 판도라 상자 앞에 설 수밖에 없다.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가.’ 다만 이 논의에서도 절대다수의 젊은이는 논외다.

 

※ <한겨레> ‘유레카’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5571.html

 

[유레카] 판도라 상자 앞에 선 BTS / 안영춘

뮌헨 국제음악콩쿠르 바순 2위 수상자, 헬싱키 국제발레콩쿠르 2위 수상자, 서울 국제무용콩쿠르 현대무용 2위 수상자,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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