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한종선이 말했다. “나는 부랑자가 아니었습니다.” 술병이 비워지는 동안에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얼마 뒤 토론회에 참석해서도 종선의 동료들한테서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납치, 감금, 폭행, 강제노동, 타살의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 말로 증언을 시작하거나, 적어도 한번은 경유했으며, 더러는 끝을 맺었다. 그들은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다.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형제복지원은 박정희 정권부터 전두환 정권에 걸쳐 운영된 사상 최악의 집단 강제 수용시설이다.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부랑자냐 아니냐’ 하는 이분법은 스스로 피해자 내부를 차별하고 위계화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러고도 나는 종선의 증언이 실린 라는 책에 서문을 썼다. 탈고한 뒤에도 도무지 개운치가 않았다. 책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