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40) 썸네일형 리스트형 부러진 화살 혹은 복합골절 은 제2의 인가? 두 영화가 각각 지난해와 올해를 대표하는 실화극 장르의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회적 반향에서도 은 못지않다. 그러나 ‘도가니 현상’과 ‘부러진 화살 현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가지런하고 후자는 복잡하다. 가 단일한 정서를 용융해낸 분노의 도가니였다면 은 활을 쏘는 사대(射臺)이자 동시에 도처에서 난사되는 화살의 표적이기도 하다. 그런 현상에는 이 겨냥한 과녁이 하필 사법부였다는 것도 한몫 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사법부는 입법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대의정치의 최종 심급 반열에까지 올랐다. 그런 지엄한 권력이 화살을 맞고만 있을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로라하는 이름의 양식있는 재야 법조인들도 다양한 단서를 달아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 청소년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언론 악당이 있기에 영웅이 필요한가, 아니면 영웅이 악당을 만드는가. 이런 질문을 매우 다층적이면서 혼란스럽게 던지는 영화 가운데 하나가 이다. 배트맨과 조커는 실전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존재론적으로는 서로 깊이 기대어 있다. 죄르지 루카치에 따르면, 영웅은 근대 이전의 전형적 캐릭터이다. 그런 영웅을 모던함의 문화적 상징인 할리우드가 그토록 사랑하는 걸 보면, 영웅을 대체한 근대의 법제도는 인간의 심리에 메울 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구덩이를 남긴 혐의가 짙다. 는 그나마 그 구덩이 언저리에서 활극을 펼친다. 여기 또 하나의 (예비) 영웅이 있다. 언론사 신입 기자 면접시험장. 수험생에게 기자가 되려는 동기를 묻는다.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하면 보수적인 인물이 되고, “정의를 ‘회복’.. 나꼼수에 대한 내 거친 생각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설문지를 보내왔는데, 깜빡 하고 있다가 10여 일 만에 답장을 보냈습니다. 문화 연구자인 이기형 선생님과 이영주 선생님이 연구를 맡으셨네요. 아무튼 지금까지의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 를 어떻게 혹은 어떤 계기로 청취하게 되셨습니까? 그리고 어떤 연유로 계속 듣게 되셨거나 관심을 가지시게 되셨습니까? 나꼼수를 직접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나꼼수에 관한 여러 글들을 읽었을 뿐입니다. 2) 가 대중적인 관심과 열기를 얻게 된 주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각 새로운 소재/문법이 새로운 전달수단과 절묘하게 조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재와 문법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술자리 같은 비공식 담론장에서 일회적으로 소비되던 소재와 문법(이른바 정치 뒷담화)이 팟캐스트라는.. 역술과 무속의 저널리즘 올 한 해 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치러진다. 20년 만의 일이다. 지금쯤이면 정치인 못지않게 유명 역술인들도 바빠질 것이다. 얼마 전 타계한 박태준 전 총리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스케줄이 넘치는 역술인을 만나려고 헬기까지 동원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러나 남의 운명을 점치는 역술인의 운명은 얄궂다. 대선 결과를 맞힌 역술인은 일약 스타덤에 오르지만, 연타석 홈런을 치는 역술인은 드물고, 유명세는 5년 뒤 헛스윙으로 꺾이기 일쑤였다. 대선보다 더 큰 한 방이 있으니, 북한 지도자의 사망 시기를 점치는 것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에 견주면 이건 만루 홈런인 셈이다. 이번에도 족집게는 등장했다. 스타를 만드는 건 역시 언론이었다. 이 삼엄한 정국에도 일부 언론은 그 용한 역술인을 인터뷰해 대서특필했다. 그는 .. 쓰다 만 글 - <뿌리깊은 나무>로 본 올해의 책 ※ 연말 별책 기획인 ‘올해의 책’ 서문입니다. 저에게 던져진 글감은 ‘책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귀가 없는 도가니를 들어올리라는 것과 같았죠. 겨우 썼고, 뒷부분은 편집자에게 기획 취지에 맞게 덧붙이라고 비워두었습니다. 는 한글 창제 과정을 매우 사실감 넘치게 그려낸 드라마였습니다. 극적 흥미를 끌어올린 요소들이 상당부분 허구라 해서 드라마의 가치가 낮아질 수는 없습니다. ‘사실적인 허구’라는 형용모순은 오히려 (역사) 드라마라는 장르에는 정체성과 같은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대기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 회고하는 것도 이 장르가 가진 허구성의 탁월한 사실감에 기댄 진술일 테지요. 그리고 그 사실감이 탁월할수록 현실세계보다 더욱 명징한 정치적·사회적 메시지가 구성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종편과 그 아버지들의 운명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이 베이비부머인 건 틀림없지만, 도무지 옥동자라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 조·중·동·매 종편사마다 도토리 키 재듯 시청률 자랑에 팔불출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어떠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했다. 다만 방송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었으면 대한민국에서는 건설사만큼 흔해빠진 게 방송사였을 것이다. 어느 분 말씀마따나 “해봐서 아는데”, 신문과 방송은 고래와 상어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겉보기와 달리 전혀 다른 계열체와 통합체로 구성된 표현 형식이어서, 서로 참조할 만한 게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건 개별 스테이션의 앞날이 아니다. 종편이 옥동자가 되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탄식의 대상이 되든, 중요한 건 이 게걸스런 메뚜기 떼가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무엇보다.. 강용석 의원이 풍자한 것들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개그맨 최효종씨를 모욕죄로 고소한 것을 두고 KBS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은 강 의원의 다중 포석에 견줘 무척 단순한 반응이다. 검찰에서 최씨를 부르면 안 갈 수는 없을 테지만, 미리 법리를 다툴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강 의원이 최씨를 고소한 행위가 온전히 법리적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은 나중의 문제다. 강 의원은 최씨를 고소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내려진 여성 아나운서 관련 성희롱 1, 2심 유죄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최씨의 개그를 자신의 발언과 동일시했다. 1차 목표는 최씨에 대한 공격보다는 ‘나도 개그를 했을 뿐’이라는 자기변론으로 보였다. 여기에 대고 KBS처럼 ‘밥 먹으면 배부르다’ 수준의 지당한 말씀을 하면 말한 사람만 실없.. 건드릴수록 위험한 ‘나꼼수’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급기야 세계적 권위지 의 1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조회수가 1천만 건을 넘는 세계 1위의 팟캐스트라는 양적 가치에만 주목한 것은 아니다. 권위지답게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어떻게 조응한 결과인지 분석을 곁들였다. 그러나 이 놀라운 현상을 뒤따라온 것 가운데는 전혀 놀랍지 않은 것도 있다. ‘나꼼수’는 위험하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어만 바뀌었을 뿐 무척 낯익은 언설이다. 비하와 경계의 반대편에는 찬양과 열광이 있다. 이것도 아주 낯선 것만은 아니다. 둘은 가치평가가 다를 뿐, 인식 구조는 상동적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1등 역적이거나 정반대로 1등 공신이다. ‘나꼼수’를 힘의 실체로 보는 것에서 둘은 같다. 매스커뮤니케이션 효과 이론의 전형적 시각이다. 이 이론의..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