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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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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이럴 줄 몰랐을까 며칠 전 큰딸이 지나가듯 말했다. “아빠보다 딸이 너무 안됐어. 나라면 못 견뎠을 거야.” 같은 20대 여성에 대한 연민 때문인지 타고난 품성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그녀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과 학벌을 겨룰 위치에 있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녀는 전문대에서 미용을 전공하고 극한노동의 3년 인턴 생활을 거쳐 지금은 주6일을 야근하는 미용 노동자다. 애초 ‘분노’나 ‘허탈’ 같은 감정의 자장 안에도 들지 못해 저러는가 싶어 나대로 가슴 한구석이 먹먹했다.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작은딸은 이 사태에 아예 시큰둥하다. ‘정치 냉담자’라 하기에는 십대 때부터 이런저런 집회를 열심히 쫓아다니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다. 궁금했으나 묻지는 못한 채, 그저 그녀 주변의 공전 궤도를 따라 하릴없이 돌기만 하고..
고교등급제, 계급과 교육의 불순한 야합 [분석] 한국사회에서 고교등급제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은? * 한겨레에서 일할 때 고교등급제와 관련해 썼던 글입니다. 고교등급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기에, 옛글을 찾아 띄워 봅니다. 당시 한겨레는 탐사보도를 통해 대학들이 음성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고교등급제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그 문제가 검찰 수사까지 이어진 터라, 고교등급제에 대한 대학당국의 불온한 욕망이 꺾일 것이라 기대했었습니다. 순진했던 거죠. 저들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교육모리배들입니다. 연세·이화·고려대 등 3개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시행해왔다는 교육부 실태조사가 발표된 뒤, 한국사회가 ’고교 등급제’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논의가 확산되면서 고교등급제는 일부 대학의 문제를 넘어, 지역간- 사회계층간 갈등양상으로 옮아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