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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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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다양성’에 대한 다양한 시선 이름값 높은 연예인이나 예능 피디가 거액을 받고 종합편성채널(종편)로 간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건 그 쪽이 아니다. 기자 영역은 가히 엑소더스 수준이다. 수도권의 지역 민방 보도국은 정상적인 뉴스 제작이 어려울 만큼 많은 인력이 종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인력 유출이야 무슨 수로든 메울 수 있지만, 종편 출범과 함께 맞게 될 광고 매출 감소는 당장 지역 매체들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초 정부와 조·중·동의 종편 허가 논리는 ‘여론 다양성 높이기’였다. 방송3사의 여론 지배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방송사 몇 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관변 언론학자들이 언죽번죽 엄호했다. 이들이 교묘한 이론과 통계를 제시하면 조·중·동이 확대재생산했다. 이들..
‘도청’이라는 취재방법론 사칭하고, 으르고, 협박하고, 거래하고, 심지어 훔치는 일은, 고백하건대 언론판의 무용담거리다, 라고 나는 2005년 12월에 썼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 때다. 문화방송 이 취재원을 을러서 원하는 답을 얻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급기야 프로그램이 중단된 직후였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적어도 저널리즘에 있어서는 논쟁적이다. 공권력이 아닌 언론이 꼭꼭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면 다양한 수단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공익을 위하는 목적이 확고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논쟁적일 수 없다. 당시 언론들은 도덕군자 행세를 했다. 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을 사정없이 질타하던 그 순간에도, 그들 자신은 사칭하고 으르고 협박하고 거래하고 훔치는 행위를 중..
진달래와 배아줄기세포의 관계 황우석 교수 연구실로 가는 계단과 복도 바닥을 따라 깔린 진달래 꽃길은 디엔에이 분자구조처럼 가지런했다. 가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갈 사람은, 바로 그 연구실의 주인일 터이다. 그 꽃을 늘어놓은 이들은 자신의 심정처럼 시인 김소월의 심정도 그러했으리라 믿었을지 모르겠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김소월 시가 누구에게 바치는 애가인지 알지 못한다. 국어 교과서 싯구 아래 빨간 펜으로 밑줄 긋고 ‘조국’ ‘민족’이라고 썼던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그건 학력고사용 해석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 해석은 적어도 객관식은 아니다. 시를 현실의 무대 위에 퍼포먼스로 재현한 ‘아이 러브 황우석’ 회원들의 해석이 사지선다의 특정 번호에 가지런이 몰려 있지 않기를, 우리 문학교육의 실패가 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