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처사님, 글로 성불하세요” 봄날, 법랍 17년 비구니 누님과 나눈 공부·수행 이야기 먼발치로 봐도 낯빛이 환하다. 하기야, 화창한 4월 초 오후 2시 만개한 벚꽃 아래 아닌가. 아니면 몇 해 만에 만나는 혈육이 반가워서일까.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장삼 자락 팔랑이며 작고 다부진 몸피의 비구니가 재게 다가온다. 파안대소로 드러난 큰 앞니에 봄 햇살이 튕겨 자잘하게 부서진다. 한발치 떨어져서 서로 합장하는데, 산보 나온 이들이 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 순간 표정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럴 수밖에. 그녀가 대학생이고 내가 고3일 때, 제주도 여행을 떠난 부모 대신 학부모 상담을 하러 학교 언덕길을 오르는 그녀를 교실 창가의 급우가 발견하고는 이렇게 외쳤다. “야, 저기 여자 안영춘이다!” 며칠 전 전화가 왔다. “처사님. 속가로 만행..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