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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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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공정성’이야! 저널리즘에서 ‘아’와 ‘어’의 차이 사유하기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은 표면적으로 모음 한 획이 좌우 대칭일 뿐이지만, 저널리즘에서는 본질적인 사유를 요구한다. ‘아’와 ‘어’는 표상되는 대상이 다른 게 아니라, 그 대상을 표상하는 질감이 다른 것이다. 저널리즘에서는 뉘앙스의 차이일 수도 있고, 맥락의 차이일 수도 있다. 굶주림에 지친 장발장이 빵을 훔쳤을 때,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 사이에 절도 행위와 관련한 육하원칙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하나의 서사를 구성하는 이 여섯 가지의 요소 가운데 무엇을 눈여겨보고 강조하느냐에 따라 장발장이라는 존재의 사회적 평판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저널리즘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은 흔히 하나의 짝으로 인식되고, 심지어 구분 없이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객..
아이티는 상처입은 야수인가? 주류언론의 현지 르포, 약자를 타자화하는 지배윤리의 시선 “선량한 시민과 폭도는 구별되지 않았다. 아이티 대지진 엿새째. 외국 구호단체를 반기는 것은 굶주린 손길이 아니라 이성을 잃은 약탈자들의 정글칼이었다.” 지난 1월 19일 1면 기사의 첫 단락이다. 기사 위에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무너진 상점 앞에서 시민들이 물품을 차지하려고 서로 드잡이하는 사진이 실렸다. 사진은 군중 가운데 칼을 들고 상대를 위협하는 남성을 클로즈업으로 잡았다. 기사의 제목은 ‘그들의 눈빛이 변해간다’였다. 이 인상적인 문장과 사진, 제목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약대 구실을 하며 삼위일체의 매우 강력한 이미지를 구성한다. ‘인면수심’. 아이티 현지에서 쓴 르포기사지만, 이 신문의 시선은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고 있다. 기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