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노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만국의 벼락거지여, 단결하라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분을 한 단어로 축약하는 일은 지금도 난감하다. 유쾌함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었고, 부풀려 말하면 양잿물 같은 액체가 얼굴에 훅 끼얹힌 느낌에 가까웠다. 부동산도, 주식도, 암호화폐도 없는 나를 멸칭하는 거라 여겨져서만은 아니었다. 자기비하의 포즈를 취하려고 하필 길에서 힘겹게 연명하는 약자를 비유의 도구로 삼은 것부터 걸렸다. 적어도 같은 계열 신조어의 선배격인 ‘흙수저’는 자신의 처지를 사물에 빗댈 뿐, 더 열악한 동료 시민의 비참을 끌어와 전시하지는 않았다. 무의식적이어서 되레 공공연하게 배제와 차별을 표상했는지 모른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뿐더러, 더 심대한 징후적 문제를 품고 있기도 하다. 벼락거지는 범주를 지우는 진공청소기다. 벼락부자 아니면 모두..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