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찬스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신전 위의 의사들 ‘당신과 당신 가족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해주겠다.’ 전자우편은 이렇게 시작했고, 이 한 문장으로 끝났다. 발신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날 쏟아져 들어온 성난 전자우편 수백통의 발신인들과 같은 부류인 것만큼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날치 신문에 의약분업에 반발해 집단휴진 중인 의사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 난 뒤였다. 한동안 잊을 수 없었던 그날의 기억이, 꼬박 20년이 지난 요즘 어제 일처럼 생생한 떨림으로 다시 떠오른다. 그사이 한국 사회는 부침을 겪고 더러 뒷걸음질 치기도 했지만, 외신도 ‘촛불혁명’이라고 상찬한 대통령 탄핵까지 일궈낼 정도였던 그 시간을 진보라 부르지 못할 바는 없다고 본다. 의사들의 시간만큼은 예외다. 사람을 살리는 역능이 사람을 죽음 앞에서 방치하는 역능으로 뒤집히는..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