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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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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재림한 ‘소요죄’가 말하는 것 1919년 3·1운동이 시작되고 한 달쯤 지나 후작 이완용은 조선총독부 기관지 에 세 차례에 걸쳐 ‘경고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다. 글 안에는 모두 5차례 ‘소요’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경고는 조선 민중을 향한 것이고, 소요는 그들의 만세운동을 가리킨다.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체포됐다. 경찰은 ‘소요죄’ 혐의까지 얹어서 그를 검찰에 송치했고, 경찰청장 강신명은 다른 가담자 여럿도 체포해서 똑같은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모든 사건과 인물들은 두 번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 다음에는 희극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1장에 남긴 저 유명한 명제(원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아니다)를 거의 100년의 시차가 있..
극우 저널리즘과 광신적 테러리스트의 만남 모든 사안에서 언제나 논리가 명쾌했던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도 이번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화기 너머로 탄식이 새어나왔다. 평소 노르웨이 사회가 외부 약탈을 통해 내부의 사민주의를 유지하고 있다며 비판적 긴장을 유지해오던 그였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발생 개연성조차 내다보지 못한 듯했다. 그는 끝내 말을 아꼈다. 물론 브레이비크 테러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유럽에서 극우주의적 징후는 뚜렷했다. 올 1월호는 유럽 각국의 극우파들이 최근 어떻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지난 2년간 유럽 극우 정당들은 선거에서 득표율 10%를 넘어섰고, 몇몇 국가에서는 15%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광신적이기는커녕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며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번 테..
‘전향’마저 과분한 당신들의 대한민국 ※ 이 글은 한국판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변절, 적대적 공생 위한 기회주의의 낙인찍기 호명 선민의식 젖은 전향자들 민족주의·애국주의로 귀착 경제학자 정운찬은 변절자인가라는 물음은 논쟁적이다. 정운찬의 이명박 정부 총리 입각을 두고, 적지 않은 이들이 ‘변절’이라 불렀다. 그러나 정운찬의 선택에서 나름의 내적 ‘일관성’을 발견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어느 여성 언론인은 “2007년 한나라당에서 ‘정운찬이야말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다’ 했는데 딱 들어맞았다”고 했다.(1) 그는 정운찬이 서울대 총장을 하면서 부자를 위한 삼불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2007년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때도 진흙탕 속에 들어갔다 발에 흙 한 점 안 묻히고 나오려 했다고 평가했다. 사실에 어긋나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