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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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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저널리즘과 광신적 테러리스트의 만남 모든 사안에서 언제나 논리가 명쾌했던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도 이번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화기 너머로 탄식이 새어나왔다. 평소 노르웨이 사회가 외부 약탈을 통해 내부의 사민주의를 유지하고 있다며 비판적 긴장을 유지해오던 그였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발생 개연성조차 내다보지 못한 듯했다. 그는 끝내 말을 아꼈다. 물론 브레이비크 테러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유럽에서 극우주의적 징후는 뚜렷했다. 올 1월호는 유럽 각국의 극우파들이 최근 어떻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지난 2년간 유럽 극우 정당들은 선거에서 득표율 10%를 넘어섰고, 몇몇 국가에서는 15%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광신적이기는커녕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며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번 테..
교육 문제 앞에선 진보도 보수도 없는가 공공선 아닌 미래에 대한 쟁탈전…언론 보도 사적 욕망 부추겨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은 공자님 말씀의 전형이다. 이에 견주면 ‘맹모삼천지교’는 강남불패의 신화를 떠받치는 실천교리다. 교육은 미래 자원을 기르는 공공선의 문제이기에 앞서, 미래 자원에 대한 분배의 문제인 것이다. 내 자식이 지금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자식의 일생을 좌우한다는, 경험칙에 입각한 이 굳건한 믿음은 교육 정책을 가장 민감한 정치 의제로 만들곤 한다. 단언컨대, 이 사적 이해 앞에서 진보 엘리트와 보수 엘리트의 경계는 흐릿하다. 수능시험 날이면 모든 언론은 정파성의 차이를 넘어서, 시험장 앞에서 기도하는 어머니 사진을 1면에 일제히 전시한다. 국립 서울대 총장 시절 누구보다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삼불제 폐지’를 역설했던 이가..
국회폭력 3제, 그리고 ‘사실’의 재발견 사실의 선택적 재구성이 왜곡을 낳는 방식 여기 두 장면이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민주당 당직자들에게 목이 졸리고 팔이 부러진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떠밀려 허리를 다친다. 두 사건 모두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쟁점법안 강행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을 점거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민주당이 들이닥쳐 벌어진 일이다. 당신은 기자다. 두 사건을 나란히 보여주겠는가. 누가 누구를 폭행해 어떻게 다쳤고, 다른 누가 누구를 폭행해 어떻게 다쳤다…. 그것으로 족한가. 아니다. 이 사건은 별개의 사건도, 단순 폭행사건도 아니다. 두 사건은 하나의 사건이며, 정치적 사건이다. 개별적 가해와 피해보다 선행하는 건 집단 몸싸움이며, 이보다 선행하는 건 ..
버거킹 보증서 흔들며 과학을 외치다! [분석]동아일보 4일치 1면 기사의 ‘주술적 과학주의’를 비판함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올해 고인이 된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지난 2001년 부인 안경희씨를 먼저 떠나보냈다. 하필 당국의 고강도 세무조사로 거액의 탈루 사실이 드러나 신문도 집안도 모두 큰 위기에 놓여 있을 때였다. 안씨는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해에는 신경쇠약 증세도 심했다고 했다. 다음날 동아일보 지면은 안씨의 죽음을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다뤘다. 흥분한 쪽은 이웃 조선일보였다. ‘권력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거였다. 동아일보의 감각은 안씨의 죽음 자체보다 조선일보의 자극에 훨씬 민감한 듯 보였다. 그 다음날 느닷없이 1면 통사설(상자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