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빗소리를 들으며, 모든 지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글 숙제가 쌓여 있어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와 앉아 있습니다. 어느덧 저녁으로 접어드는데, 숙제는 좀체 줄어들지 않는군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빗소리 듣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런 날 포장마차나, 처마 끝에 덧댄 함석지붕 아래서 술을 마시는 게 저같은 우수마발에게는 홍복이겠으나 사무실을 나설 수 없는 제 처지만큼 창 너머 풍경이 멀어지는군요. 저 빗줄기에 떨어지는 운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 이 계절을 능소화의 계절로 기억합니다. 능소화는 지기 전에 시들지 않는 꽃입니다. 질 때는 낱낱의 잎으로 지지 않고, 통으로, 온몸으로 집니다. 세상에 능소화가 있으니 그런 사랑도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죽을 때까지 시들지 않는 사랑, 죽음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 그 사랑을 이어가는 사랑..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