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시민, 비시민, 깨비시민
나는 예술영화 마니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중영화 취향은 더욱 아니다. 일상의 표층에서 보고 듣고 느끼기 어려운 메시지를 담은 영화에 끌리는 편이다. 내 식으로 말하면 ‘불편한 영화’다. 무슨 노릇인지, 지난 주말 집에서 해피엔딩 가족영화를 내려받았다가 초장에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깨어 보니 제목도 줄거리도 기억에 없다. 대신 소소한 깨우침을 얻었다. 불편하지 않은 영화는 잠을 부르고, 안락은 깨어 있음을 방해한다.요즘 부쩍 자주 듣는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으로 연상작용이 번지더니, 시나브로 나홀로 반대말 놀이에 빠져들었다. 깨시민의 반대말은 ‘잠시민’(잠들어 있는 시민)인가? 글쎄다. 반대말은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산토끼의 반대말은 집토끼, 들토끼, 죽은 토끼, 판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