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름 부르기 얼마 전 딸들에게 “앞으로 나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은딸은 까불대며 “네, 아부지!”라고 받고, 큰딸은 “아빠,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다. 어느 공부모임에서 토론이 격론을 넘어 거의 언어폭력 직전까지 갔는데, 내가 바로 그 사건의 가해자였다. 맥락을 살피면 변명할 여지가 없지 않지만, 나이주의의 혐의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시쳇말로 꼰대질을 한 셈이다. “이제부터 이름으로만 불러다오.” 재미있겠다 싶었는지, 딸들은 선뜻 수락했다. 지금도 불쑥 “아빠”라고 부를 때가 많지만, 곧바로 ‘실수’를 깨닫고는 바로잡는다. “아차, 영춘!”두 딸을 오래전부터 “신소1”(큰딸) “신소2”(작은딸)라고 불러왔다. 둘밖에 안 되는 그녀들 이름을 무시로 바꿔 부르다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