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기’의 변주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경구는 쓰임새를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개의 비유가 걸린다. 그래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낙후했다고 하는 건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경구가 만들어질 무렵에는 동물권은커녕 인권의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속담 속의 개는 ‘직업에 귀천 없다’는 평등주의와 한 자락 닿아 있다. 다만 평등은 버는 단계가 아니라 쓰는 단계에 달성된다.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1564)의 ‘소명으로서의 직업’ 교리와도 연결해 볼 만하다. 직업은 신에 의해 주어진 거여서, 그게 뭐든 죽어라 하고 돈을 버는 게 옳다. 그럼에도 쓰는 단계에서는 철저히 금욕적이어야 한다. 정승은 곧 금욕주의자여야 한다. 우리 속담과 견줄 만한 서구 규범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듯하다.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