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두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탁란 민주주의’의 경고 네거리를 붕대처럼 휘감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펼침막을 바라보며, 1번과 2번 기호만 가리는 상상을 해봤다. 두 거대 정당 후보들의 소속을 전혀 분별할 수 없었다. 원칙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면접관이 면접자의 학벌 따위 배경 자원을 알아챌 수 없듯이. 10음절 안팎에서 끝나는 구호들은 개발 지상주의의 정수라 할 만했고, 1번과 2번이 그걸 두고 일합을 겨루는 형세였다. 그러나 두 정당이 때 되면 ‘현명하다’고 칭송하는 유권자들은 잘 안다. 어느 쪽이 개발에 더 유능한지. 그날은 집주인이 별안간 직접 들어와 살겠다 해서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는 길이었다. 1기 새도시 중에 가장 싼 동네라는데도, 1년 반 만에 전셋값이 다락같이 올라 있었다. 그동안 급여 한푼 안 쓰고 모았어도 턱없이 모자랄 판이었다.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