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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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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의 두 목소리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김 지도) 목소리에는, 메시지와 별개로 듣는 이의 가슴에 긴 사이클의 울림과 초단파의 각성을 동시에 남기는 파장이 있다. 에이엠(AM) 주파수와 에프엠(FM) 주파수의 특성이 한데 어우러진 듯한 형질이다. 2011년 여름 ‘희망버스’ 타고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가서 처음 들은 지상 35m 타워크레인 위의 연설은, 분명 사람의 소리를 넘어서는 소리였다. 수없는 망치질과 담금질로 단련된 금속성의 쩡쩡한 울림이 또렷했으나, 그것은 또한 물질의 소리를 아득히 넘어서는 소리였다. 그해 내가 매번 희망버스에 오른 데는 그 소리의 이끎에 몸을 내맡긴 면도 없지 않았다. 그의 몸속에는 목소리와 관련된 비해부학적인 기관이 있을 거라고 지금도 상상한다. 비해부학적이라면 태생적이 아닌 생애사..
굴뚝 위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가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버티고 있는 홍기탁과 박준호의 시간을. 그곳에서도 시간은 흐를까, 흐르면 어떻게 흐를까를. 왜 하필 시간인가. 무엇보다 지금 그들은 시간으로 환산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지난달 25일 굴뚝 아래 농성 천막을 찾았을 때, ‘379일’라고 쓴 입구의 손글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득한 굴뚝 높이만큼이나 비현실적이던 그 숫자는, 이 글이 발행되는 날 ‘412일’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형식으로 보면, 굴뚝 위의 시간은 ‘흐름’이 아니라 ‘적립’이다. 군대나 교도소에서 가위표를 쳐가는 것과 정반대로, 만기도 없이 쌓이기만 한다.그곳 시간도 어떻게든 흐르긴 할 것이다. 두 벗의 ‘굴뚝바라지’를 하는 차광호에게 물었다. “굴뚝 위의 시간은 어떻..
필리버스터, 그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애국가를 부르다가 4절에서 막힌다고 해도 그의 애국심을 의심할 일은 아니다. 그가 애국가 4절 완창을 애국심의 출발점으로 강조했고, 애국심을 공직가치의 핵심 기준으로 규정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의 바람잡이 노릇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건 가령 노량진 고시촌에 ‘애국가 잘 불러 공무원 되기’ 특강 같은 게 생겨서 최우수 이수자가 곧바로 애국자로 승인되는 것만큼이나 난센스 아닌가.테러방지법이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슬람국가(IS)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논증하는 것도 부질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소식에 탁자를 내려치며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고 개탄하고는, 별안간 테러방지법과 경제 살리기의 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