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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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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대 언론 자유’, 전용기의 뇌피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들에서도 국익을 앞세워 보도를 막으려는 시도는 없지 않았다. 국가안보가 걸린 경우엔 사회적 갈등도 자못 심각했다. ‘통킹만 사건’ 보도를 둘러싼 ‘ 대 미국 연방정부’와 ‘ 대 미국 연방정부’ 소송이 대표적이다. 두 소송은 우여곡절 끝에 연방대법원의 병합심리로 1971년 6월30일 확정판결이 났다. 1964년 8월 베트남 통킹만 해상에서 미군과 북베트남군이 두차례 교전을 벌였다. 미국은 적이 선제공격을 했다며 북베트남을 침공했다. 실상은 미군의 도발이었다. 그 진상이 담긴 정부 비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가 입수한 건 1971년. 신문은 7000여쪽 문서를 요약해 6월13일 첫회를 보도했고, 도 닷새 뒤 같은 내용을 확인해 보도에 나섰다. 이에 법무부가 국가안보를 들어 뉴욕과 ..
신문사는 공장입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116-25번지를 “공장”이라 부른다. 고급스러운 커피전문점이 ‘팩토리’나 ‘공작소’ 같은 상호를 내걸며 제조업과 노동을 낭만화하는 행태와 유사하게 비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은 분명 공장이다. 신문을 찍는 거대한 윤전기가 있고, 8층짜리 신문사 건물은 1, 2층의 윤전실을 토대 삼아 그 위에 서 있다. 무엇보다 그 윤전기를 애써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 밤낮으로 돌리는 동료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과 더불어 이곳 구성원 대부분은 직군과 상관없이 민주노총 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 조합원이다. 맞다. 언뜻 오천만의 밉상, 온 국민의 욕받이가 돼버린 듯한 바로 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말이다.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지난 18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점거해 단식농성을 ..
경향 칼럼 사태로 본 언론자유의 변증법 “과거 언론 자유를 위협한 세력은 정치권력이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원천적이며 영구적 권력인 자본이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최대 세력으로 등장했다.” 언론인 김중배가 1991년 편집국장을 그만두며 내뱉었던 일성이다. 언론의 자유를 언제든 경제적 이익과 엿 바꿔 먹을 수 있는 화폐쯤으로 여겨온 기회주의 언론들의 거대 자본에 대한 부역의 역사는 그렇게 20년이 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김중배의 경계(警戒)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이 김용철 변호사의 신간 와 관련한 외부 필자 칼럼을 통째로 드러낸 사건은 이른바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신문들까지 자본의 손아귀에 멱살 잡힌 현실을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게 한다. 부자 언론은 언론의 자유 따위엔 관심이 없고 가난한 언론은 자유가 거추장스러울 만큼 생존의 벼랑 끝에 ..
교육 문제 앞에선 진보도 보수도 없는가 공공선 아닌 미래에 대한 쟁탈전…언론 보도 사적 욕망 부추겨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은 공자님 말씀의 전형이다. 이에 견주면 ‘맹모삼천지교’는 강남불패의 신화를 떠받치는 실천교리다. 교육은 미래 자원을 기르는 공공선의 문제이기에 앞서, 미래 자원에 대한 분배의 문제인 것이다. 내 자식이 지금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자식의 일생을 좌우한다는, 경험칙에 입각한 이 굳건한 믿음은 교육 정책을 가장 민감한 정치 의제로 만들곤 한다. 단언컨대, 이 사적 이해 앞에서 진보 엘리트와 보수 엘리트의 경계는 흐릿하다. 수능시험 날이면 모든 언론은 정파성의 차이를 넘어서, 시험장 앞에서 기도하는 어머니 사진을 1면에 일제히 전시한다. 국립 서울대 총장 시절 누구보다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삼불제 폐지’를 역설했던 이가..
4대강 토건의 꿈에 깔린 두 바퀴의 꿈 [미디어스 데스크] 자전거에 대한 민망한 찬양 앞에서 안영춘 편집장 jona01@mediaus.co.kr 보릿고개 기민들의 눈에 허연 쌀밥 광주리를 머리에 인 것처럼 비쳐 이름 붙었다는 이팝나무의 꽃이 제 차례를 맞고, 물기 어린 그들 눈에 더 큰 배고픔의 기억으로 어룽댈 찔레꽃은 아직 가지와 이파리 속에서 만개(滿開)의 꿈으로만 차오르는 꼭 이맘 때, 난 그대와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린 적이 있다. 몇 해 전이었다. 햇살은 바투 붙은 쉼표 행렬 같은 자전거 바퀴살과 하얀 치아에 분홍빛 잇몸까지 드러낸 그대의 웃음에 튕겨 자잘히 부서지고, 만조를 만난 한강 아랫자락은 효모가 든 밀가루 반죽처럼 아득히 부풀어 비릿한 갯내가 내륙의 물가까지 가득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그 해 봄은 자글자글한 행복으로 충만했..
조선일보, 경찰,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칸트 [미디어스 데스크] 미디어스 사이트 개편에 부쳐 1. 가 ‘오랜만에’ 탤런트 고 장자연씨 자살 사건을 대서특필했습니다.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25일이었습니다. 1면 사이드 기사와 함께 8~9면을 털고 사설까지 동원해 도배를 했습니다. 그 많은 내용 가운데 7할이 조선일보의 “자사 특정 임원”과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일보 ○ 사장’이라고 표기해왔던 바로 그 인물 말입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자사 특정 임원”이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한 차례도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자기네가 국회의원 아무개 아무개와 일반시민 아무개 등을 고소했다는 기사나, 자사 임원에 대한 터무니없는 모함인 게 밝혀지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할 것이..
KBS 한놈 먼저 쥐어패다! [콩트 : 2009, 촛불은 없다] ② - 개구리복과 종교인들의 KBS 습격사건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작년(2008년)까지 이 나라엔 웬 언론사가 그리 많았던가. 전두환·허문도는 그런 대한민국 언론판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타임머신 타고 언론 통폐합 직후, 그러니까 1980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겠지? 전국 신문·방송 다 합쳐봐야 열 손가락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면 셀 수 있었던 그 시절에도 언론이 너무 많다고 여겼으니 작년엔 오죽했을까. 이 자들은 다시 쿠데타를 꿈꿨을지도 몰라. 다시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역시 언론 통폐합부터 하려들겠지. 사실, 언론들, 국가 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 설쳐대기는 삼강오륜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같으니,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