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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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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와 홀로도모르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의 영롱한 장편소설 는 1945년 1월 루마니아의 한 소도시에서 시작된다. 독일계 17살 소년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소련 강제수용소 이송자 명단에 오른다. 소년은 축음기 상자를 트렁크 삼아 아버지의 먼지막이 외투, 할아버지의 우단 깃이 달린 도회풍 외투, 삼촌의 니커보커 바지(무릎 아래 부분을 졸라맨 짧은 바지), 이웃 아저씨의 가죽 각반, 고모의 초록색 양모 장갑, 자신의 포도주색 실크 스카프를 꾸려 넣는다. 이 무계통의 물건들이 보여주는 건, 소년은 물론 그에게 뭐라도 쥐여 보내려는 누구도 강제수용소가 어떤 곳이고 거기서 무슨 일을 겪을지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 짙은 막막함이다. 결국 물건들의 쓸모는 굶어 죽거나 얼어 죽지 않으려고 수용소의 러시아인 감독자에게..
이재용의 ‘판도라 상자’ ‘파나마’ ‘파라다이스’ ‘판도라’…. 로마자 머리글자가 ‘피’(P)인 것 말고 공통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셋 사이를 별자리마냥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했다.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는 100여개국 기자 수백명이 협업해 탐사 취재와 보도를 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우리나라에서는 가 참여하고 있다. 2013년부터 전세계 유명짜한 정치 지도자, 억만장자, 스타 등이 조세회피처에 자산을 빼돌리는 실태를 파헤쳐 보도하는 데 주력해왔다. 파나마 페이퍼스(2016년) 때부터 주요 탐사 프로젝트에 ‘페이퍼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2017년)와 판도라 페이퍼스(2021년)가 뒤를 이었다. ‘페이퍼스’는 미국 국방부의 베트남전 비밀보고서인 ‘펜타곤 페이퍼스’를 가 폭로한 것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