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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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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의 약발도 소멸한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이미 만신창이다. 15일 개시된 공식 선거운동은 오랜 정치적 내전 상태에서 뒤늦게 나온 선전포고처럼 뜬금없어 보이고, ‘공약으로 승부하라’는 지당한 주문은 작렬하는 포탄 앞에서 평화선언을 주창하는 것만큼이나 초현실적으로 들린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20대 대선이 역대 최악의 적대적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데 이론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귀엣말의 외설로 기억되던 1992년 대선마저 어느덧 ‘인지상정’의 미담 설화로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알다시피 이번 대선의 적대성을 상징하는 대표 집단은 ‘이대남’(20대 남성)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단문 메시지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면서 대선 판세를 일거에 흔들어놓은 장본인들로 지목된다. 전체 유권자의 6.7%에..
신지예의 ‘정체성 정치’ “특정 종교, 민족, 사회적 배경 등을 가진 사람들이 전통적이고 광범위한 기반의 정당정치에서 탈피해 배타적인 정치적 연합을 형성하는 경향이다.” ‘정체성 정치’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의 웹 사전 ‘렉시코’(Lexico)가 내린 정의다. 오늘날 정체성 정치의 대표적 하위 범주인 ‘젠더’가 예시에서 빠져 있어 아쉽다. 대신 ‘배타적’이라는 표현을 써서, 정체성 정치가 빠질 우려가 있는 함정이 뭔지 암시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정체성 정치는 소수자들에게 유력한 정치투쟁 수단이다. 이들은 기성 정치체제로는 대의되지 못하는 정체성을 억압의 경험을 통해 공유하고, 억압에 맞서 연대한다. 다만 두 개의 다른 정체성 사이에 오직 소수자라는 이유로 보편적 지평이 열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우리)의 고통은 오직 ..
어버이날 타락사 어버이날이 애초 ‘어머니날’이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머니날은 1956년 국무회의에서 지정됐고, 1973년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한쪽에만 효도해서 되겠느냐는 아버지들의 ‘투정’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요즘으로 치면 남성들의 ‘역차별’ 시정 요구쯤 될 성싶다. 여기에 어머니날의 기원이 페미니즘과 닿아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2019년을 사는 남성으로서 다소 민망한 노릇이다. 어머니날은 미국에서 1868년 앤 리브스 자비스라는 여성이 조직한 ‘어머니 우애의 날’이 효시로 꼽힌다. 자비스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3년이 지난 그해 양쪽 참전 군인들을 초청해 동병상련과 화해를 도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1870년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줄리아 워드 하우라는 여성이 ‘어머니날 선언’을 발표한 것을 효시로 보는 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