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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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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의 ‘정체성 정치’ “특정 종교, 민족, 사회적 배경 등을 가진 사람들이 전통적이고 광범위한 기반의 정당정치에서 탈피해 배타적인 정치적 연합을 형성하는 경향이다.” ‘정체성 정치’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의 웹 사전 ‘렉시코’(Lexico)가 내린 정의다. 오늘날 정체성 정치의 대표적 하위 범주인 ‘젠더’가 예시에서 빠져 있어 아쉽다. 대신 ‘배타적’이라는 표현을 써서, 정체성 정치가 빠질 우려가 있는 함정이 뭔지 암시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정체성 정치는 소수자들에게 유력한 정치투쟁 수단이다. 이들은 기성 정치체제로는 대의되지 못하는 정체성을 억압의 경험을 통해 공유하고, 억압에 맞서 연대한다. 다만 두 개의 다른 정체성 사이에 오직 소수자라는 이유로 보편적 지평이 열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우리)의 고통은 오직 ..
청와대 안의 트럼프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민주’와 ‘공화’는 하나의 명사로 묶여 있지만, 가치체계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친 “국민의 명령이다”가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초했다면, “이게 나라냐”는 공화주의에 기초했다. 대통령 비선 실세가 사사로이 공적 영역을 전유한 데 대한 탄식이 “이게 나라냐”다.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의 원리이고, 공화주의는 공공성의 원리다. 전자는 개별 국민의 권리 신장을, 후자는 공동선과 조화, 평등을 지향한다. 둘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 보완하도록 설계된 게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다. 더구나 공화주의는 우리에게 경험적으로 익숙지 않고, 개념적으로도 꽤나 복잡하다. 프랑스의 ‘부르키니’(무슬림 여성 전용 전신 수영복) 착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