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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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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스크를 벗지 못할까 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막상 거리에서 마스크 벗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해제 시기를 두고 ‘신-구 권력 갈등’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걸 생각하면 머쓱할 지경이다. 아직 초기여서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들이 제야의 종 카운트다운하듯 마스크로부터의 ‘해방’을 갈구할 거라는 합리적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속옷 벗는 것 같아서’ 유의 말을 흔히 하는 걸 보면, 개인방역 차원의 신중함 때문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이라는 신조어는 마스크의 미학적 쓸모를 시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템플대 연구팀은 얼굴 사진 30개에 마스크를 씌우지 않은 때와 씌운 때 사람들의 반응을 비교했다. 남녀 사진 모두 마..
‘마로니에 8인’의 노숙 혹은 역습 1960년 작 (원제 ‘매그니피센트 7’)은 서부영화 올드팬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하다.(2016년 리메이크됐다.) 하지만 이른바 ‘장판’(장애인운동계)에서만큼은 ‘마로니에 8인’의 유명세에 미치지 못한다. 마로니에 8인은 실존인물들이다. 이들의 투쟁을 담은 (2010)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있다.(총격 장면은 없다.) 2009년 6월4일 장애인 8명이 경기도 김포의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이라는 집단수용시설을 떠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다. 석암은 한해 전 수용자 20여명과 직원 10여명, 시민사회의 연대투쟁 끝에 재단 책임자들이 비리로 형사처벌 받은 터였다. 그러니 이들 8인은 일껏 시설을 민주화해놓고 노숙인의 삶을 자처한 셈이다. 결심하는 데는 짧으면 30초, 길어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