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다

(2)
청승맞은 미학은 쓸모도 많지 영화 (2021)를 볼 때마다 나는 특정 장면에서 속절없이 눈물을 비치고 만다. 농인 부모한테서 태어난 청인 루비 로시(에밀리아 존스)가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른다. 처음엔 음성언어로 시작하지만, 손가락이 미세하게 달싹이더니 이내 새가 날개를 펴 창공을 날듯 수어로 ‘일인 이중창’을 하는 시퀀스다. 루비가 제 손동작을 애틋한 눈빛으로 좇을 때면 나도 모르게 그 눈길에 이끌리다 금세 수어의 선율에 몸을 맡기게 된다. 루비의 수어는 음성의 번역본이 아닐뿐더러 애초 둘은 하나였던 듯 숨 막히는 앙상블을 이루고, 그 미학적 전율은 수어 한마디 못 하는 내 몸속으로 오롯이 흘러든다. 지난달 연극 (서울시극단)을 보러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 갔다. 출연진은 전문 연기자들만이 아니었다. 중증 발달장애인들과 조력자들도 제..
수어, 모두를 위한 손짓 코로나19가 ‘뉴노멀’(새로운 표준) 행세를 하는 탑탑한 현실 위로 또 하나의 청량한 뉴노멀 하나가 자리 잡았다. 수어 통역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월4일 브리핑 때부터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정보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이 소외와 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뒤였다. 지금은 중앙정부는 물론, 광역과 기초 지자체의 어느 브리핑에서나 수어 통역을 볼 수 있다. 시각적으로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수어 통역자가 발표자 옆에 나란히 선다. 과거에는 무대 바깥에 멀찍이 떨어져 섰다. 통역자의 대등해진 위상은 상징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화면 속 통역자의 손짓이 예전보다 훨씬 크게 보이게 됐다. 수어는 시각 언어다. 크게 보일수록 소통에 유리하다. 화면 한 귀퉁이에 더부살이하듯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