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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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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태와 ‘피지털’ 역습 ‘피지털’(physital)은 오타가 아니다. 오프라인의 특성인 ‘피지컬’(물질성)과 온라인의 기술 기반인 ‘디지털’(비물질성)의 합성어다. 말의 합성은 늘 현실의 합성과 동행한다. 현실의 선두주자는 비즈니스 마케팅 분야다. 식당의 키오스크, 오프라인 매장 상품의 큐아르(QR)코드 등이 온라인의 편의성을 오프라인 공간에 융합한 사례로 언론에 곧잘 소개된다. 그러나 이제는 만사가 피지털이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속성 자체가 피지컬과 디지털의 융합이다. 다만 ‘융합’이라는 표현은 양쪽 사이의 일방적인 힘의 우열과 작동 방향을 감춘다.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앱은 온라인이지만, 우아한 알고리즘은 생계를 위해 목숨 내놓고 질주해야 하는 배달 오토바이들을 한가득 오프라인 거리로 내몰았다. 이..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기’의 변주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경구는 쓰임새를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개의 비유가 걸린다. 그래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낙후했다고 하는 건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경구가 만들어질 무렵에는 동물권은커녕 인권의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속담 속의 개는 ‘직업에 귀천 없다’는 평등주의와 한 자락 닿아 있다. 다만 평등은 버는 단계가 아니라 쓰는 단계에 달성된다.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1564)의 ‘소명으로서의 직업’ 교리와도 연결해 볼 만하다. 직업은 신에 의해 주어진 거여서, 그게 뭐든 죽어라 하고 돈을 버는 게 옳다. 그럼에도 쓰는 단계에서는 철저히 금욕적이어야 한다. 정승은 곧 금욕주의자여야 한다. 우리 속담과 견줄 만한 서구 규범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