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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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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린 낯선 냉면을 먹게 될 것이다 을지면옥(서울 중구 입정동)은 먹으러 들어갈 때부터가 먹는 과정의 일부인 음식점이다. 공구 가게와 배터리 가게 사이로 난 너비 1.5m의 통로를 지나 상가 뒤편으로 빠져나가면 안채처럼 자리한 건물이 얼굴을 내민다. 을지면옥을 찾아 들어가는 과정은 삼삼함을 지나야 비로소 감칠맛이 열리는 이 집 냉면 맛을 공간적으로 재현한 듯하다. 믿거나 말거나, 단골들은 좁은 통로를 다 지날 무렵 침샘이 서서히 열리는 걸 느낀다.얼마 전부터 ‘을지면옥’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게가 재개발로 사라질 처지라는 보도에, 계절 불문하고 문전성시를 연출하던 미식가들이 너도나도 자판을 두들겨대는 것이리라. 정확히 말하면 을지면옥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가야 할 처지지만, 레시피를 그대로 옮겨도 맛은 온전히 옮기지..
‘피디 저널리즘’ 얕보는 ‘기자 저널리즘’께 그 차별과 배제의 인식론이 갈수록 초라해지는 현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기자 저널리즘’과 ‘피디 저널리즘’이라는 개념 구분이 있다. 구분이란 비교를 거쳐 그 차이점을 도출한 뒤 카테고리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할텐데, 나는 그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 기자가 하면 기자 저널리즘이고 피디가 하면 피디 저널리즘이라는 정도라면 굳이 구분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짐작가는 대목이 없진 않다. 이런 구분은 기자 저널리즘은 ‘기록’을, 피디 저널리즘은 ‘연출’을 중시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 경향적으로 그럴 수는 있겠다. 신문 기사나 방송 리포트는 분량이 짧다보니 사실관계만 압축해 전하는 기법이 발달했다. 이에 견줘 방송 시사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