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방선거

(3)
‘탁란 민주주의’의 경고 네거리를 붕대처럼 휘감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펼침막을 바라보며, 1번과 2번 기호만 가리는 상상을 해봤다. 두 거대 정당 후보들의 소속을 전혀 분별할 수 없었다. 원칙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면접관이 면접자의 학벌 따위 배경 자원을 알아챌 수 없듯이. 10음절 안팎에서 끝나는 구호들은 개발 지상주의의 정수라 할 만했고, 1번과 2번이 그걸 두고 일합을 겨루는 형세였다. 그러나 두 정당이 때 되면 ‘현명하다’고 칭송하는 유권자들은 잘 안다. 어느 쪽이 개발에 더 유능한지. 그날은 집주인이 별안간 직접 들어와 살겠다 해서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는 길이었다. 1기 새도시 중에 가장 싼 동네라는데도, 1년 반 만에 전셋값이 다락같이 올라 있었다. 그동안 급여 한푼 안 쓰고 모았어도 턱없이 모자랄 판이었다. ..
선거에서 월드컵에게로 [6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읽기] 6월호를 6월 1일 새벽 5시에 마감했다. 해가 길어졌다. 어제 새벽에는 동트는 것을 보고 퇴근했는데, 오늘 새벽엔 동트는 것을 보며 숙직실로 간다. 아래는 6월호 소개글이다. 독자들이여, 많이 사봐달라. 지속가능한 밤샘을 위해! 6월은 4년에 한 번 꼴로 월드컵의 달이 된다. 축구공 하나를 놓고 푸른 행성(머잖아 화석이 될지 모를 이름이지만) 전체가 한 달 내내 열병을 앓는 풍경을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그 우주인이 메시나 호날두라도, 무척 낯설어 할 것이다. 그렇다고 월드컵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는 건 부질없어 보인다. 축구는 괜찮지만 월드컵은 아니다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사자는 괜찮지만 세렝게티에서 누를 사냥하는 사자떼는 나쁘다고 말할 수 없듯이. 축제는, 강..
프로 레슬링으로 본 오늘 한국 5월29일치 ‘왜냐면’에 실린 글이다. 쪽에 꼭 실어달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해서, 겨우 실렸다. 살면서 매체에 글 실어달라고 청탁해보기는 처음이다. 본디 저널적 글은 선도가 생명인데, 시간을 오래 끌어 물이 갔다. 자존심도 상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어느 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했다. 신문에서는 군데군데 서너 문장이 잘렸다. 분량이 넘쳤나 보다. 아프다. 나도 늘 다른 사람 글을 자르면서 필자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해왔는데, 아픔을 느끼는 인간의 몸은 모두 개별적이어서, 그 간극을 넘어설 수 없나 보다. 아래 글은 신문에서 잘린 대목까지 다 담은 원문이다. 얼마 전 지율 스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한숨을 폭 내쉬신다. 그날 에 실린 칼럼(‘아니면 말고’ 선동, 3진아웃 시켜야)을 보시고,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