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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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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엘리트들의 강박적 망언 ‘전향’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지는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그 기원은 1922년 일본공산당 창립에 참여했던 야마카와 히토시가 그해 잡지 에 발표한 ‘무산계급운동의 방향전환’이라는 논문이다. 이후 ‘방향전환’은 ‘전향’이라는 축약어로 널리 쓰였다. ‘변절’의 뉘앙스는 없었다. 오히려 운동의 ‘참된 방향전환’이라는 맥락에서, 능동적 주체가 변증법적 전화 원리에 적극적으로 적응해가는 ‘자기 지양’의 의미가 강했다. 전향이 부정적 의미를 띠기 시작한 건 1930년대 들어서다. 사상경찰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이 개념을 급진파 학생들의 생각을 순치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관련 기술을 고안해 책자를 발행하고, 체포·구금된 학생들에게 써먹었다. 전향은 ‘자기 지양’에서 ‘투항’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나 살이..
‘전향’마저 과분한 당신들의 대한민국 ※ 이 글은 한국판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변절, 적대적 공생 위한 기회주의의 낙인찍기 호명 선민의식 젖은 전향자들 민족주의·애국주의로 귀착 경제학자 정운찬은 변절자인가라는 물음은 논쟁적이다. 정운찬의 이명박 정부 총리 입각을 두고, 적지 않은 이들이 ‘변절’이라 불렀다. 그러나 정운찬의 선택에서 나름의 내적 ‘일관성’을 발견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어느 여성 언론인은 “2007년 한나라당에서 ‘정운찬이야말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다’ 했는데 딱 들어맞았다”고 했다.(1) 그는 정운찬이 서울대 총장을 하면서 부자를 위한 삼불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2007년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때도 진흙탕 속에 들어갔다 발에 흙 한 점 안 묻히고 나오려 했다고 평가했다. 사실에 어긋나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