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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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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약탈’과 ‘죽창가’ ‘약탈’(掠奪)의 ‘약’은 ‘노략질’을 뜻한다. 떼 지어 몰려다니며 사람을 해치거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는 짓이다. ‘수탈’(收奪)은 어떻게 다를까. 강제성에서는 약탈과 다르지 않으나, 물리적 직접성에서 차이가 난다. 약탈은 완력이 가닿는 만큼만 빼앗을 수 있다. 수탈은 제도의 힘을 빌린 빼앗음이다. 도달 범위는 직접적 물리력이 아닌 제도 설계에 의해 결정되기에 약탈보다 광대하다. 약탈은 눈앞에서 사람을 해치기도 하지만, 수탈은 직접 손에 피 묻힐 일이 없다. 왜구는 약탈했고, 일제는 수탈했다고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둘의 차이를 가려서 쓰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듯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 약탈’이라는 생경한 표현을 썼다. 문재인 정부에 왜구 이미지를 덧씌우..
장모시대 한겨레신문사에서 새로 창간하는 경제월간지 에 실을 기사를 데스킹하다가, 독일 에 실린 그리스 경제위기 관련 번역 기사를 두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무엇보다 기사 스타일이 탁월했고, 문제의 본질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좋은 작법에 감탄했다. 그러다 오래전 내가 썼던 글이 떠올라 검색을 해보았다. 나도 한때 글을 잘 쓰던 시절이 있었다는 나르시시즘에 잠시 빠졌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을까? 짐작컨대, 내 글에서 ‘절제’가 증발했기 때문인 듯하다. 나는 어정쩡한 깊이에서 방언처럼 너스레를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가족지도…왜 사위들은 처가살이를 선택하는가 박불출(40)씨의 이름은, 눈치챘겠지만, 가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명이 많을 것..